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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음극재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로 꼽힌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에 주로 쓰이는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나 높고, 충·방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이에 음극재 내 흑연 대신 실리콘을 사용하면 배터리 충전 시간을 크게 단축할 뿐만 아니라, 한번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도 이전보다 대폭 향상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상용화된 제품은 음극재 내 실리콘 함량은 5% 내외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실리콘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부피가 늘어나는 문제가 있어 함량이 높을수록 부피 팽창에 따른 폭발 가능성이 있다. 실리콘 음극재 개발의 핵심은 실리콘 함량을 높이면서도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얼마나 잘 잡느냐에 달렸다.
SK 관계자는 “SK머티리얼즈와 그룹14테크놀로지 합작사가 생산하는 실리콘 음극재는 부피 팽창에 따른 수명 단축 문제를 다공성 탄소 지지체 내 실리콘 증착을 통해 해결했다”며 “충전, 방전 용량과 초기 효율이 좋아졌고 수명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음극재 내 실리콘 함량 비중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SK(주)는 연내 실리콘 음극재 양산에 이어 내년에는 양극재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천연·인조 흑연계)를 모두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케미칼도 실리콘 음극재 양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양극재를 주력 생산하고 있는 LG화학도 실리콘 음극재 자체 양산을 위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어 SK는 조만간 이들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SK(주)는 양극재 양산을 위해 오는 상반기를 목표로 중국의 ‘베이징 이스프링’과 국내 합작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양극재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베이징 이스프링은 삼원계라 불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양극재 기술로 꼽히는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 개발·양산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SK(주) 관계자는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양극재 생산 설비 및 신재료 부문 연구시설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2023년 양극재 양산을 목표로 생산량 등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주력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의 하이니켈 양극재와 중국 배터리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 생산까지 협업을 모색할 예정이다.
국내는 물론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추가 합작사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SK(주)가 베이징 이스프링이 핀란드에서 짓고 있는 양극재 생산공장에 지분을 투자해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핀란드 공장은 2024년부터 연간 5만t의 양극재 양산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SK(주) 관계자는 “지분율은 30%를 넘지 않을 예정이며, 구체적인 투자 비율은 향후 확정될 예정”이라며 “향후 미국 내 양극재 양산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주)는 배터리 음극재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인 ‘동박’을 만드는 글로벌 1위 업체인 중국의 왓슨(Wason)에도 투자한 바 있다.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700억원을 투자했다. SK 관계자는 “지분 투자와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음극재와 양극재, 동박 등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밸류체인(Value Chain) 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