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SRF발전소 갈등 ‘이전투구’ 확대…정부는 ‘뒷짐만’

문승관 기자I 2021.07.28 16:09:44

한난-나주시, SRF 품질검사 주민참관단 놓고 신경전
참관인 선정 과정, 공대위-한난 직원간 폭행시비까지
민·형사 고발 예고… “법정에서 결론 지어야할 상황”
전문가 “중앙정부가 나서서 양쪽 설득하고 중재해야”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나주시·지역 주민 간 갈등의 불똥이 이번엔 장성야적장에 쌓아둔 나주 SRF(폐기물 고형연료)의 품질검사로 튀었다. 한난은 주민참관을 허용했으나 참관자와 인원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최종 불발됐다. 여기에 한난 노동조합과 광주전남혁신도시 입주기업 노조협의회(광전노협)까지 소송전에 가담하면서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주민참관을 둘러싸고 ‘열병합발전소 SRF 사용저지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장성야적장 출입을 통제하던 한난 직원 간에 폭행 시비까지 불거졌다. 한난 측은 공대위가 무단침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한난 직원이 폭행했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한난 노조와 광전노협 간 ‘노-노 갈등’도 갈수록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주 SRF발전소처럼 폐기물을 둘러싸고 업체, 주민, 지자체 간 갈등이 불가피한 데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난이 지난 27일 SRF품질검사를 위해 마련해놓은 지역주민참관과 언론취재 장소의 모습(사진=한국지역난방공사)
◇소송전에 이어 폭행 시비까지…이전투구 양상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한난과 나주시·공대위, 한난 노조와 광전노협 등으로 확대하면서 ‘이전투구’ 양상이 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폐자원에너지센터,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지역난방공사의 나주 열병합발전소 연료인 SRF를 보관 중인 장성야적장을 찾아 페기물고형연료에 대한 품질검사를 마쳤다. 나주시가 장성야적장에 있는 고형연료가 중금속을 함유한 침출수 유출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한난은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사용연료를 보관 중인 장성야적장 고형연료제품 품질검사와 관련해 주민과 언론의 참관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민참관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없지만 국회, 총리실, 환경부의 협조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결국 주민참관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한난은 그 이유를 나주시로 돌렸다. 나주시에 객관성과 전문성을 갖춘 시민이 참관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수차례 요청했으나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구성원(공대위 소속)만을 제시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주민참관은 이뤄지지 못한 채 폭행시비 등으로 한난과 나주시·공대위 측의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졌다.

주민들은 한난이 품질검사에 앞서 대대적인 물청소와 고형연료 건조 등으로 제대로 된 품질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난 관계자는 “고형연료제품 품질검사는 환경부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고 품질검사 기간, 방법, 위치 등은 우리가 전혀 개입할 수 없다”며 “검사결과에 따라 장성 야적장에 보관 중인 고형연료제품을 조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나주 SRF열병합 가동을 둘러싼 한난 노동조합과 광전노협 간 갈등도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한난 노조는 지난주 광전노협 의장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반면 광전노협은 한난이 품질검사 등 법적으로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도 가동을 강행하고 있다며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강인규(오른쪽)나주시장이 지난달 15일 장성복물류터미널을 찾아 한난이 보관중인 SRF연료에 대해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배수구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나주시청)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 해결 실마리 찾아야

전남 나주에 있는 SRF(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는 한난이 2700억원을 들여 지난 2017년 12월 준공했다. 4년여간 멈춰 있다가 지난 4월15일 승소한 이후 지난달 26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문제의 핵심인 SRF는 각종 폐기물 중 가연성 물질만 걸러내 건조해 만든 고체연료를 말한다. ‘생활쓰레기로 만든 연료 사용에 대한 지역민의 불안감’이 결국 갈등의 불씨가 됐다.

발전연료인 SRF 반입을 놓고 지역사회와 시공사, 운영주체인 한난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나주시와 해당 지역 주민 대책위원회가 가동중단을 요구하며 항소한 상황이다. 반복되는 갈등이 뿌리 깊게 자리하면서 현안해결에 드는 행정력 낭비는 물론 지역민의 피로감 역시 적잖다. 그렇다고 해결 기미도 ‘안갯속’이다.

전문가들은 SRF발전소 건립에 역할을 했던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뒷짐을 지는 사이 남은 주체 간 책임 떠넘기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나서서 말뿐인 민관거버넌스가 아닌 합의와 양보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협의체 구성을 유도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송재준 목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며 “해묵은 현안은 각각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어 누가 옳다고 판단하기 어려운데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양쪽을 설득하고 중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나주 SRF발전소도 지역 현안사업이라고 보고 여기서 산출되는 이익을 지역민에게 일정 부분 돌려준다면 지역민은 피해자에서 수혜자라고 인식을 바꾸게 될 것이다”고 했다.

나주SRF열병합발전소의 전경(사진=한국지역난방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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