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북한 전통주를 복원해 빚는 국내 유일의 양조장 ‘하나도가’가 올해 개성과 금강산 지역 술 재현에 나선다. 장기적으로는 남북을 아우르는 ‘전통주 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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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하나도가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함경도 회령 지역의 전통주를 복원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개성 인삼주와 금강산 장뇌삼주 재현에 나선다”며 “조선 팔도의 전통주 지도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하나도가는 2018년 충북 음성에서 문을 연 전통주 양조장이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김 대표가 집안에서 전해 내려온 술 제조법을 바탕으로 북한식 전통주를 재현해 왔다.
대표 술은 고도수 과하주 ‘태좌주’와 증류주 ‘농태기’ 등이다. 태좌주는 고추씨를 넣어 발효하는 북한식 과하주(여름에 술이 산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청주에 알코올을 부어 도수를 높게 한 술)로 45도의 높은 도수와 독특한 향이 특징이다. 농태기는 북한에서 밀주를 뜻하는 은어에서 이름을 따온 술로 논두렁에 둘러앉아 마시던 서민 가양주를 재현한 제품이다. 김 대표는 “남쪽 농산물로 북쪽 제조법을 살려 술을 빚는 것이 하나도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기교를 더하기보다 서민들이 집에서 빚어 마시던 진솔한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사업 확장에도 나선다. 하나도가는 최근 충북 음성에 자체 양조장을 짓기 위한 부지를 매입했다. 지금까지는 소규모 공간을 활용해 술을 빚어왔지만 방문객과 체험 수요가 늘며 별도 양조장이 필요해졌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엄마 둘이서 아이들을 키우며 쓰리잡, 포잡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결국 양조장 부지를 마련했다”며 “내년 중순 착공을 목표로 체험형 양조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와 협력해 관광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조장이 완공되면 방문객을 대상으로 북한 전통주 제조 방식과 이야기를 함께 소개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하나도가의 매출은 아직 크지 않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1800만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약 9000만원까지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양조장 운영 뿐 아니라 다양한 ‘알바’를 곁들여가며 하나도가를 키워냈다. 김 대표는 “전통주는 생필품이 아니라 매출보다 술을 찾아오는 사람의 숫자로 브랜드 성장을 체감한다”며 “술을 사러 오는 사람 뿐 아니라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도가는 북한이탈주민 한부모 가정이 함께 운영하는 양조장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김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려면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며 “탈북민 한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산나눔재단에서 탈북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아산상회’에서 자신의 사업 경험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김 대표는 “탈북민은 0이 아닌 마이너스 100에서 사업을 시작한다”며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하나도가의 술에는 김 대표의 개인사가 깊게 담겨 있다. 그는 2009년 북에서 내려와 낯선 남쪽 땅에서 홀로 생계를 꾸리며 딸을 키웠다.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자녀 교육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딸은 성인이 돼 서울시립대에서 행정과 사업을 공부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전통주 사업은 단순한 창업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북녘의 기억을 이어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북에서 내려온 사람으로서 사라질 수 있는 전통을 술이라는 형태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사업의 출발점이었다. 김 대표의 딸 역시 어머니의 뜻을 잇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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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좋아했던 술이 아니라 서민들 사이에서 잿불처럼 이어져 온 술을 살리고 싶다”며 “함경도에 이어 개성과 금강산 등 지역 술을 하나씩 복원해 언젠가는 조선 팔도 전통주 지도를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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