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변동 반영한 금값, 45년 만에 사상 최고치 경신

임유경 기자I 2025.09.12 14:57:46

9일 금 현물 가격 온스당 3674.27 달러 기록
1980년 1월 인플레이션 조정 기준 고점 넘어
미 경제 불확실성·금리 인하 기대감 반영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물가 변동을 반영한 금값이 45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일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3674.27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 1980년 1월21일 기록한 인플레이션 조정 기준 고점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당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850달러로, 물가상승을 감안한 현재 가치로 추산하면 3590달러에 해당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 조정 방법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랠리로 금값이 역사적 고점을 확실히 돌파했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우세하다고 전했다.

(사진=로이터)
투자운용사 마라톤 리소스 어드바이저스의 로버트 멀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은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에 맞서는 헤지 수단 역할을 해왔다”며 “투자자들은 정부의 재정 적자와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의지에 대한 우려 속에서 금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이 올 들어 40% 상승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정책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압박, 달러 약세, 미 국채 매도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이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달러와 미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남아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면서, 금으로 눈을 돌렸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카르멘 라인하트는 “금 수요 확대는 인플레이션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한 결과”라며 “금은 불확실성이 클 때 항상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또 중앙은행들이 외환 보유액의 준비자산을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금 매입을 늘리고 있는 추세도 금값을 견인하고 있다. 많은 중앙은행들은 미국의 적대국을 겨냥한 제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금을 매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조치로 미국이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동결한 이후 금값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퍼시픽인베스트먼트의 렉 샤레나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중앙은행의 금 매입을 촉진하고 있다”며 “고액 자산가들도 같은 시각에서 금을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런던 금고에 보관된 금의 가치는 지난달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글로벌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금은 유로를 제치고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자산이 됐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 방향으로 전환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진 것도 금값 상승의 동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독립성에 압박을 가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금값을 자극하고 있다.

금은 무이자 자산이어서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을수록 투자 매력이 커진다. 이와 반대로 금리가 높으면 달러, 국채 등 이자 수익이 있는 자산에 자금이 몰려 외면받기 쉽다.

1970년대 초반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위험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압박했고 당시 달러가 폭락했다. 이는 금값의 상승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10년 동안의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이 금값을 850달러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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