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제1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얼마나 비우호적인지 한 번에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 사장은 “뒤바람만 불어주면 순풍으로 갈 것 같은데 대내외 경영 환경이 좋지 못한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SK E&S와 합병한 후 이날 처음으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 소통을 위해 ‘주주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한 주주가 합병 후 주가 하락과 낮은 배당금에 대해 거센 질타를 퍼붓자 박 사장은 “지난해 유상증자 이후 주가가 하락해 대표로서 죄송스럽다”며 “배터리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생각보다 깊고 그 사이 미국 정권이 교체되는 등 역풍이 불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다만 SK E&S와 합병으로 사업구조 측면에서 좋아졌다”며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배터리 캐즘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3.4% 감소한 3155억원을, 매출은 전년 대비 3.3% 감소한 74조717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순손실은 2조4033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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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기유 자회사인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 일정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배터리용 액침냉각 등의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IPO를 통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 사장은 “자본 조달 방안 중 하나로 IPO를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며 “이중상장 부담에 대해 염려하고 있고 해결 방안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중단된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당분간 투자 연기를 유지한다. SK지오센트릭은 2023년 1조8000억원을 들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ARC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낮은 경제성과 수요 부족으로 사업을 재검토하고 건립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박 사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었으나 환경이 급변화는 상황”이라며 “현재 투자하기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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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상장 계획은 기존대로 추진한다. SK온은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들과 약정을 통해 2026년 말까지 IPO를 하기로 했다. 다만 투자자들과 협의를 통해 상장 시점을 2028년 말까지 연장할 수 있단 입장이다. 늦어도 2028년 전까지는 IPO를 마무리한단 계획이다. 전현욱 SK온 재무지원실장은 “전동화 비율이 증가하는 장기적인 추세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IPO 계획에 대한 방향성은 유효하다”며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다 보면 IPO 시기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SK온은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이석희 사장은 “미국에 생산 공장들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만큼 수주를 위해 열심히 작업 중”이라며 “ESS 수주 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로 전환해 활용하고 우리가 (기술을) 확보한 리튬인산철(LFP) 파우치 형태로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주총에서 강동수 SK㈜ PM부문장(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사내이사는 박상규 사장과 추형욱 사장, 강 부문장 3인 체제가 됐다. 이밖에 △박진회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공성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제 18기 재무제표 승인 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