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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10시 35분 만들기 시작해 10시 44분 완료가 됐습니다. 동시에 네 곡이 완성됐으니 각 곡당 약 2~3분 정도 걸린 셈이죠”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30일 서울 강남구 포자랩스 회의실에서 음악 생성 인공지능(AI) ‘디오’로 만든 음악을 틀었다. 잔잔한 재즈발라드 곡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포자랩스의 ‘디오’로 만든 재즈 음악
※‘닥터 로이어’에 삽입된 포자랩스의 음악을 더 듣고 싶다면…이데일리 홈페이지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포자랩스는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기업이다. 현재 디오는 장르, BPM(템포를 나타내는 단위), 분위기, 악기, 송폼(song form) 등 40여 개의 변수를 넣어서 AI로 음악을 만든다. 같은 변수를 넣더라도 클릭할 때마다 새로운 곡이 나온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곡은 무제한에 가깝다. 작곡·편곡뿐만 아니라 믹싱·마스터링까지 한 편의 곡이 만들어지기까지 인간의 개입은 없다.
지금은 작곡을 공부한 전문가들만 디오를 쓸 수 있지만, 포자랩스는 올해 안에 일반인들도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작곡가들이 음악을 만들 때 사용하는 음악샘플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는 미국 스플라이스가 거의 독점한 시장이지만, AI음악을 통해 그 아성을 깨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세상, 음악을 좋아하나 작곡은 꿈도 못꿨던 사람들에겐 희소식이지만 작곡가들은 불안하다. ‘밥그릇 빼앗기는 소리’일 수 있다. 포자랩스의 구상에 대해 음악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데일리는 전문가 좌담회를 통해 ‘AI가 음악을 만드는 세상’에 대해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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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 작곡가(이하 이시하) = 인간이 만든 음악만큼 완성도가 뛰어나진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오토 믹싱이 되거나 AI가 만든 음악을 미디파일로 받아가서 작곡가가 좀 더 변화를 줄 수 있게 한다면 매우 음악작업이 쉬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도 창작과 노동의 영역이 있다. 이 노동의 영역을 다 AI에 넘기고 나는 굉장히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김준석 음악감독(이하 김) = 드라마나 영화 등에 필요한 음악 중에는 ‘우리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배우가 잠깐 들린 편의점에서 나오는 배경음악 같은 거. 이런 것들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여전히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 때는 그 사람의 삶과 철학이 담겨 있는데 AI 음악은 그런 게 없어 매력은 개인적으로 떨어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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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AI가 음악가들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인가.
이소영 평론가(이하 이소영) = 3차 산업까진 기계가 인간의 손발을 대체하는 것이었다면 AI는 인간의 뇌를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뇌 안에도 여러 기능이 있다. 노동을 담당하는 뇌도 있고 창의성을 담당하는 뇌도 있다. AI가 뇌 전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어떤 부분을 대체하는지 봐야 한다. 오케스트레이션이나 편곡 등 도제(徒弟)적인 역할은 AI가 하고 인간은 프로듀싱 영역을 할 것이다. 문제는 AI가 맡은 역할이 바로 ‘후배 작곡가’들이 하던 역할이라는 것이다. 후배 작곡가 일부는 큰 디렉터가 되겠지만 나머진 도태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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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길 포자랩스 대표(이하 허) =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장이 발달하면서 발생한 음악 수요층과 작곡가들간의 차이가 있다. 가령 한 유튜버가 본인의 영상에 쓸 음악을 의뢰할 때 한 곡에 20만 원이라고 하면 비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곡가들은 매우 적은 돈이라고 생각한다. 또, 크리에이터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기도 어렵다고 느낀다.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 음악의 생산성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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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희승 조교수(이하 계) = 예술이라는 개념은 19세기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바흐의 칸타타를 위대한 예술이라고 부르지만, 그 시대에서 바흐의 칸타타는 교회 예배를 위한 도구에 다름 아니었다. AI음악을 예술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는 소비자가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시하 = 거꾸로 인간이 만들면 다 예술인가. 인간도 쓰레기를 많이 만든다.
- 그림 생성 AI인 미드저니, 달리 등은 SNS상의 저작권이 있는 그림을 학습했다. 반면 포자랩스는 직접 작곡가를 채용해 학습데이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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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 AI의 발전이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 기성곡들의 학습을 허용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법·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까.
- 기술이 더 발달해서 AI가 만든 음악을 자체 학습하는 수준까지 가면 어떻게 하나. 인간 작곡가는 필요 없어질까.
이시하 = 그럼 다른 방식으로 인간은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진기가 만들어지면서 피카소가 탄생한 것처럼 AI가 인간의 영역까지 발전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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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작곡가들 사이에서도 힘이 약한 작곡가들의 곡을 빼앗아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하는 등 부조리가 일어나는 일들이 적지 않다. 음악AI가 활성화되면 특정인이 이익을 독차지하는 일이 발생할까 두렵다. 이를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AI를 통해 만든 음악에 대한 등록 절차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계 = 챗GPT(세계 최대 AI 연구재단인 오픈AI가 공개한 AI챗봇)를 학생들이 논문이나 시험에 활용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동시에 이 논문이 인간이 쓴 것인지, AI가 쓴 것인지 걸러낼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윤리적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거기서 또 방어할 방법을 찾는다.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