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 규정의 ‘피해자’ 범위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단한 첫 사례로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과 검사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
A씨는 2019년 9월부터 약 6년간 교제한 피해자의 신체 노출 사진과 성행위 동영상을 교제 당시부터 헤어진 이후까지 3년 넘게 유포했다.
A씨는 2020년 8월 라인 메신저로 성명불상자 B씨에게 피해자의 나체사진을 보내며 합성물 제작을 요청하기도 했다. B씨는 합성 사진을 만들어 A씨에게 전송했다.
A씨는 텔레그램·X(구 트위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자의 일상사진과 나체사진을 보내고, 합성한 사진을 받아 저장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실명·나이·직업 등 인적사항도 함께 유포했다. 이에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혐의뿐만 아니라 비밀준수 혐의도 적용됐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일면식도 없는 정보통신망상 관계로 합성물 유포를 통제할 수 없었고, 반포 금지나 사진 삭제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연인이 불특정 다수 남성으로부터 능욕당하는 상황에서 성적 만족을 느끼는 성향이 있었고, 합성물 제작의 목적도 상호 공유를 통한 피해자 능욕에 있었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에 피해자 신체 노출 사진을 음란한 형태로 편집·합성하는 범죄를 공동 실현하려는 암묵적 의사 결합이 있었다”며 “미필적으로나마 반포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준수 등) 혐의는 무죄로 봤다. A씨가 피해자 인적사항을 유포한 시점에 성폭력범죄 수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A씨가 이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 “수사 진행 인식 없으면 신원공개는 처벌 불가”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을 모두 인정하며 양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의 ‘제1항에 따른 피해자’는 수사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됐던 피해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같은 조 제2항은 수범자를 ‘누구든지’로 확대하면서도 보호대상을 ‘제1항에 따른 피해자’로 한정해 규정했다”며 “이를 ‘모든 성폭력범죄 피해자’로 해석하는 것은 명문 규정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지나치게 확장해석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이 조항 관련 비밀준수 혐의가 유죄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됐던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해야 하고, 가해자가 이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성폭력처벌법과 청소년성보호법의 차이도 명확히 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31조 제3항은 보호대상을 ‘피해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해 수사나 재판 진행 여부로 한정하지 않는다. 반면 성폭력처벌법은 ‘제1항에 따른 피해자’로 명시해 수사나 재판이 진행된 경우로 보호대상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