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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내 전통시장. 평소라면 관광객과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북적일 시간이었지만 급작스레 찾아온 역대급 한파 탓에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손님들의 발길은 끊겼고 입구를 쳐다보며 입김을 하얀 내뿜는 상인들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30년 넘게 호떡장사를 하고 있다는 강모(52)씨는 오전 10시부터 긴 목도리로 얼굴과 목 주위를 동여맨 채 아침 장사를 준비했다. 강씨는 “여기 노점에서 일하는 분들은 추울 때 진짜 힘든 게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면 물이 터진다. 지난주에도 수도관이 터져서 다 갈았다”며 “위는 지붕으로 어떻게 막았는데 다른 곳은 바람을 못 가리니까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서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강씨와 마찬가지로 전통시장 상인들의 상당수는 한파에 직접 노출돼 있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온열기구 등 방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서천특화시장의 사례처럼 화재로 번질 우려가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강씨처럼 추위에 떠는 노점상들은 손님을 위해 점포 안에 온열기를 여러 개 두고 비닐과 천으로 가게 양옆을 둘렀다. 일부 가게는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고압가스통 위에 온열기를 틀고 있었고 다른 점포에는 냉장고와 온열기, 튀김기 등 각종 조리기구와 조명의 전선이 콘센트에 문어발식으로 연결돼 있었다. 이곳에서 40년째 해산물을 팔고 있는 김모(68)씨는 전기설비 탓에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오래된 시장이라 난방과 전기설비가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상인회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더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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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화재 위험이 실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통시장 화재는 총 526건 발생했다. 이로 인해 40명의 인명피해(사망 1명, 부상 39명)와 1359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불은 누전 등의 전기적 요인(44.8%)과 부주의 (30.1%), 기계적 요인 (9.1%) 등에 의해 주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화재 예방을 위해 정부가 환경개선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시장은 점포가 붙어 있고 불에 잘 타는 물건이 많아서 불이 나면 대형화재로 이어지기 쉽다”며 “전기 배선이 한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각 점포로 들어가서 전선이 거미줄처럼 엮이는데 겨울에는 전열기구 사용 때문에 불이 날 가능성이 더 크다. 이걸 개인이 고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가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와 전기·난방 설비를 지원하는 환경개선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2일 서천특화시장에선 큰불이 나 292개 점포 중 227개가 모두 소실됐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소방청은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와 같은 유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는 31일까지 전국 전통시장 1388곳을 대상으로 긴급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