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항목 2개만 축소…수상경력·자율동아리 유지(종합)

신하영 기자I 2018.07.12 14:03:03

인적·학적사항 통합, 부모정보 기재 금지
진로희망사항도 삭제, 창체 활동에 포함
교내 상 남발 지적받은 ‘수상경력’ 유지
사교육 개입 우려 자율동아리활동 기재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 1호 안건으로 진행된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에 대해 시민정책참여단이 숙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참여단은 학생과 학부모, 교원, 대학관계자, 일반시민 등으로 구성됐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정책숙려제 1호로 지정해 공을 들였던 ‘학교생활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이 용두사미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학생부 기재항목 11개 중 2개만 삭제하고, 9개 항목은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2일 이러한 내용의 ‘학생부 신뢰도 제고 관련 시민정책참여단 의견취합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교육부는 주요 정책의 경우 최대 6개월 이상 여론수렴을 하겠다며 정책숙려제를 도입했다.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은 교육부 정책숙려 대상 1호다.

교육부는 지난달 14일 학생·학부모·교사 등 100명 규모로 시민정책참여단을 꾸리고 숙의 과정에 돌입했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결과는 시민정책참여단이 합숙회의·끝장토론을 벌여 나온 것이다.

시민정책참여단(참여단) 의견취합 결과 학생부 기재항목은 종전 11개에서 9개로 줄어든다. 학적사항·인적사항을 하나로 묶어 인적사항으로 통합하고, 부모정보(부모 성명, 생년월일)나 특기사항(가족의 변동사항)은 기재하지 않기로 했다.

진로희망사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창의적체험활동사항(창체활동)과 내용이 중복되는 면이 있어 해당 항목을 없애고 창체활동 내 특기사항으로 진로희망분야를 기재토록 했다. 다만 사교육 유발 우려가 있어 대입 활용자료로는 제공하지 않는다.

이로써 학생부 기재항목은 △인적사항 △출결 △수상경력 △자격증·인증 취득(고교) △창체 활동 △교과학습발달 △자유학기활동(중학교) △독서활동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9개만 남게 됐다.

교과학습발달 사항에 포함된 방과후 활동도 기재할 수 없다.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의 불이익을 감안해서다. 앞으로는 교과 담당교사가 정규수업 중 관찰한 학생 활동만 기록할 수 있다.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소논문(R&E)’은 모든 교과에서 기재하지 못한다. 학교스포츠클럽활동도 클럽이름, 활동시간, 출전경력 등 과도하게 기재되던 특기사항을 학생의 개별 특성을 중심으로 기재토록 간소화한다. 학생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학교 밖 청소년단체 활동도 기재하기 않기로 했다.

반면 ‘수상경력’ 항목은 유지한다. 참여단은 ‘수상경력을 기재하되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그간 학생부 수상경력 항목은 학교·학생 간 과도한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커지면서 고교에서는 교내 상을 남발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교내 수상경력이 ‘대입 스펙’으로 활용된 탓이다.

교육부가 2016년 서울 강남·서초지역 고교 26곳의 교내 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생 입학 뒤 대입 전까지 학교 당 평균 2037개의 상을 나눠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의 D여고는 3년생 수가 485명이지만 교내 상 수는 무려 3775개였다.

이러한 부작용 탓에 이번 제고방안에선 수상경력 항목이 삭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교육부가 지난 4월 발표한 학생부 개선안 시안에서도 수상경력 항목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시민정책참여단 의견수렴과정에서 이를 유지하기로 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창체활동에 포함된 ‘자율동아리 활동’도 유지하기로 했다. 자율동아리는 학교에서 조직한 정규 동아리가 아닌 학생들 스스로 만든 동아리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입 스펙’으로 활용되면서 삭제 필요성이 제기됐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동아리를 만들거나 부모가 동아리 활동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은 탓이다. 일부 사교육 업체에선 ‘자율동아리 컨설팅’을 운영할 정도다.

하지만 참여단은 ‘동아리 가입 수를 제한하고, 교사가 학생의 동아리 활동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만 기재한다’는 조건으로 현행 유지를 선택했다. 참여단 관계자는 “수상경력·자율동아리활동 기재로 나타난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학업 성취도나 다양성 부분에서 장점이 크기에 현행 유지하되 대안을 세우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교육부는 시민정책참여단의 의견취합 결과를 반영해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시민정책참여단의 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해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공정하고 신뢰받는 학생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부신뢰도 제고 관련 시민정책참여단 쟁점항목별 의견취합 결과 요약(자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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