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퇴를 공식화했다.
문 대표는 1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간 안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표했다. 문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더민주는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4·13 총선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사퇴는 물론, 책임도 떠안겠다”
문 대표는 그간 꾸준히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문 대표 스스로도 대표직 사퇴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단, 그 때마다 ‘야권 통합 시점’에 사퇴를 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선대위로의 권한 이양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최고위의 의견이 모아지면 권한이양의 절차와 시기를 바로 공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전 입장에 비해 사퇴 시점을 구체화했다.
문 대표는 “사퇴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끌 이유가 절대 없다”면서 “선대위에 전권을 넘겨주는 것이 필요한데 당규상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추후 계획도 밝혔다. 더민주는 최고위원회 내부 논의와 당무위원회 협의를 거쳐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갖춰질 전망이다.
대표직은 내려놓지만 이번 총선 승리 여하에 따라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었다. 문 대표는 “당대표직에 있든 있지 않든, 백의종군이든 총선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또 지게 될 것이다”며 “이번 총선에서 정권교체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라고) 인정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문 대표가 생각하는 승리 조건은 새누리당의 과반수 의석 저지다. 대표직을 사퇴하더라도 야권 연대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간 야권 통합은 물밑 접촉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천정배 의원이나 정의당과의 통합과 연대에 힘을 쏟아왔다. 문 대표는 “국민회의와 정의당과는 비공식인 협의를 이어왔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문 대표는 이날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재확인했다. 인재영입위원장직에서도 사퇴할 뜻을 내비쳤다. 추후 야권 통합에 전념하고 총선에 임박해 전국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총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친노, 패권 내려놓나
문 대표가 사퇴 카드를 빼들었지만 지나치게 늦은 것 아니냐는 것이 당 안팎의 시각이다. 문 대표 스스로도 “우리 당을 제대로 살렸다라고 하진 못한다”면서 “당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변곡점은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문 대표의 백의종군과는 별개로 당내 갈등은 여전히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실제 문 대표가 사퇴를 공식화하기까지 최고위에서는 마지막까지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위원장이 선대위에 ‘친노’ 세력을 넣지 않을 계획을 밝히면서 앞으로 ‘친노패권주의’와 김 위원장의 세력 다툼이 불거질 여지도 있다.
문 대표가 통합을 위해 공을 들인 천정배 의원은 “문재인 대표 한 분의 사퇴로는 부족하다”며 “기득권 해체의 가능성이 분명한가 하는 점을 좀 더 판단해야 한다”고 ‘친노패권주의’의 해체를 요구했다. 문 대표가 말한 변곡점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친노 의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이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문 대표가 밝힌 선대위로의 권한 이양은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더민주 최고위원은 “당 전체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추대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나”고 말했다. 문제는 이후다. 김종인 체제에서도 여전히 계파간 패권 다툼이 이어진다면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야권 통합은 다시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문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경쟁관계인 국민의당은 “야권 분열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반성 없이 연대를 하면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국민이 납득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