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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를 받은 비서실장은 곧장 용산구청 당직 근무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구청장 지시사항이니 전쟁기념관 북문 담벼락에 붙어 있는 시위 전단을 수거하라”고 전했다. 당시 A씨는 20분 전 이태원 차도와 인도에 차량과 사람이 많아 복잡하다는 민원 전화를 받고 현장 출동 준비 중이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박 구청장의 지시를 전달받은 당직실 직원들은 전단지 수거 업무에 나섰고 이 때문에 인파 밀집 신고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또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시 자신의 행적과 관련해 허위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직접 확인하고 배포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하루 뒤인 지난해 10월 30일 용산구의 미비한 대응을 지적하는 보도가 잇따르자 정책보좌관 B씨에게 “언론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자신의 행적을 허위로 작성한 보도자료를 보고 받았다.
이 보도자료에는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첫 보고 후 6분 만인 오후 10시 50분에 현장에 도착했고, 오후 11시에 긴급 상황실을 설치한 뒤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소속 상인의 연락을 받고 오후 10시 59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오후 11시께 비상대책회의를 연 적도 없다.
박 구청장은 이 같은 허위 사실이 담긴 보도자료를 직접 확인하고 용산구청 홈페이지 게시와 언론 배포를 지시했다.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박 구청장이 현장에 도착한 후 경찰과 함께 긴급구조와 현장 통제를 지휘했다고 돼 있지만,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박 구청장은 사고 현장에서 경찰이나 소방 등 유관기관에 연락해 조치하지 않고 오후 11시 23분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만 전화로 상황 보고를 했다.
권 장관은 용산구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권 장관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던 2020년 4월 그의 정책특보로 일한 바 있다.
아울러 공소장에는 박 구청장이 권 장관에게만 전화했을 뿐 유관기관에 교통통제와 출입 통제 협조를 요청하거나 재난 대응에 필요한 긴급 특별지시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사실이 적시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20일 박 구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과 유승재 전 부구청장,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