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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서 희토류 공급망 논의…美주도 공급망 재편성 韓은 빠지나

정다슬 기자I 2021.03.12 19:10:34

12일 쿼드 첫 정상회의 개최
희토류·코로나19·북한도 테이블에
美 "쿼드, 배타적인 조직 아냐"
中 "韓, 전략적 모호성 유지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희토류를 확보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12일 있을 ‘쿼드’(Quad)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의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쿼드가 이같은 논의를 하는 핵심 협의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대외경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이같은 국제경제 질서 만들기 움직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첫 온라인 정상회담…희토류 中의존도 줄이기 논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쿼드 온라인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4개국 정상들은 희토류에 대한 공급망을 분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 실무자급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협력 방안 중 하나가 희토류 정제 기술 협력이다. ‘희귀한 토양’이라는 이름과 달리 희토류는 불안정 원소인 프로메튬을 제외하면 희토류는 지구 지상에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존재한다. 문제는 이를 채취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과 재처리와 정화과정에 필요한 기술과 비용이다.

중국은 희토류의 분리·정제 공정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조차도 자국산 광석을 중국에서 정제해 수입하고 있다. 미국 전체 희토류 수입량의 80%를 차지한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경계하는 이유다. 희토류는 전기차(EV) 모터나 산업용 로봇 등 첨단제품은 물론, 전투기나 미사일 방위시스템 등을 구축하는데도 필수적이기 때문에 만약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다면 경제에는 물론,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은 꾸준히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해왔다.

미국 지질조사조사소(USGS)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까지 희토류의 글로벌 공급망의 90% 후반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위기감을 느낀 미국과 호주가 생산량을 늘리며 2020년에는 58%까지 점유율이 낮아졌다. 현재는 미국이 16%, 호주가 7%를 담당하고 있다. 인도는 전 세계 6%에 달하는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이외에도 쿼드 4개국은 국제에너지기관(IAE)에서 중국이 자체적으로 수출량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룰로 중국의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각국이 희토류 비축량을 보고하는 규정도 검토하고 있다.

◇성격 변화하는 쿼드…韓 참석 이유 커졌다

쿼드는 바이든 정부 들어 점차 확장·발전되고 있다. 트럼프 시대 쿼드는 참여국간 군사·안보 협력이 주를 이뤘다. 트럼프 행정부는 쿼드를 중심으로 반중 성명을 내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우려하는 다른 참여국조차도 이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에 부담스러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열린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서 4개국은 공동성명을 내는 데 실패했다.

반면 바이든 시대 쿼드는 반중(反中) 연대의 색채를 지우려고 오히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화상으로 공동 개최한 합동 토론회에서 “어떤 국가를 배제하겠다는 방향성은 없다”며 “더 많은 협조와 공조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슈 역시 확장되고 있다. 이번 쿼드 정상회의에서는 4개국은 개발 도상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는 체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일본·호주 3개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저리로 백신 구입자금을 지원하고 각국이 그 자금으로 인도 업체서 백신을 구입하는 흐름이다.

팬데믹 위기에서 개도국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쌓는 한편, 중국의 백신 외교를 견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쿼드에 소극적이던 인도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도 이번 쿼드 정상회의의 이슈 중 하나다.

쿼드의 성격이 바뀌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 역시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조야에서는 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을 참가시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쿼드에 대해 미국의 공식적인 제안이 없었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투명성·개방성·포용성의 원칙을 갖고 있다”며 “국제 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떤 지역협력체나 구상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쿼드 확대·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언제까지 우리 정부 역시 선제적으로 대응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와 연합해 기술인프라와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최근 쿼드의 유연성이 커지면서 우리 정부로서도 참여할 만한 이유는 커지고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쿼드 가입을 선제적으로 견제하는 모양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한국은 쿼드 합류의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는 제목의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기고문에서 “한국이 쿼드에 가입하면 막 회복한 중국과 한국 사이의 전략적 상호 신뢰가 필연적으로 손상될 것”이라면서 “한국은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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