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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강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가 설마 했던 극약 처방을 실제 실행에 옮기자 친정인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6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에게 WHO 탈퇴서를 제출했다. WHO는 유엔의 직접 통제를 받지는 않지만 관련 협력단체로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기구 중 하나다. 미국의 탈퇴 통보는 6일부로 유효하며 탈퇴가 확정되는 것은 1년 후인 내년 7월 6일이다. 미국은 WHO에 연 4억달러 넘게 투입하는 최대 지원국이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WHO에서 공식적으로 탈퇴시켰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WHO의 중국 편향성을 지속적으로 비난해 왔고, 급기야 5월 말에는 WHO와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WHO가 코로나19에 늑장 대응했고 중국의 은폐를 도왔다는 게 비난의 요지였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심각한 만큼 탈퇴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실행에 옮겨버린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공화당 소속의 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WHO 실책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 시기는 대유행 와중이 아니라 위기가 끝난 이후여야 한다”고 했다. WHO에 따르면 전날 전세계 신규 감염자는 17만2512명 급증했다. 누적 확진자 수는 1150만302명에 달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방역정책 실기를 WHO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마저 적지 않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하루 5만명 안팎이 새로 감염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권을 두고 경쟁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첫날 WHO에 다시 가입할 것”이라며 “미국인은 미국이 세계 보건 강화에 관여할 때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