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몇몇 의원들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 불출마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다. 비명 의원이 속한 지역구 일부에서 친명 인사들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했다. 당 지도부의 전례 없는 행보로 총선을 앞둔 민주당 내 분위기는 더 뒤숭숭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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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관위는 의원평가 하위 20%인 의원들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있다. 이날은 박용진 의원과 윤영찬 의원이 본인 스스로 10%에 속했다고 공개했다. 하위 10%인 경우 경선 점수에서 30%가 감산되고 하위 20%는 20%가 감산된다.
민주당 재선 의원인 박 의원은 지난 2022년 당 대표 선거에 나가 이재명 대표와 겨뤘던 인물이다. 윤영찬 의원은 한때 탈당까지 고려했던 대표적인 비명 인사다. 이들은 이번 평가가 불공정하다며 재심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19일)에는 4선 중진이자 21대 국회 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이 “하위 20%에 속한다고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모멸감을 토로하며 탈당까지 선언했다.
하위 20% 의원 명단도 출처 없이 정치권에서 공유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대표 측근은 “절대 유출될 일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상당수 비명 의원들이 속한 것으로 나왔다. 윤영찬 의원도 “하위 10%와 20%에 친문, 비명계 의원들이 무더기로 포함된 이번 하위 통보 결과가 괴담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역구에 대한 여론조사도 민주당 분위기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 조사 중 일부가 비명으로 지목된 현역 의원을 제외한 채 진행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인천 부평을과 광주 서갑 등이다. 인천 부평을은 20대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홍영표 의원이, 광주 서갑은 송갑석 의원이 있다. 둘 다 당내 대표적인 비명 의원으로 꼽힌다.
비명 성향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현역 의원 배제) 여론조사와 하위 20% 발표는 원칙과 기준 자체가 부정된 ‘찍어놓고 죽이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실상 ‘당 대표 마음대로’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20년 가까이 민주당에서 당직자와 보좌진으로 일했던 관계자는 “당 대표가 직접 전화를 해 불출마를 권고하거나 현역 몰래 여론조사를 돌리는 일이 없었다”며 “설마 했는데 ‘막가파’식으로 비명 몰아내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측 관계자는 ‘비명 죽이기’는 억측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현역의원 평가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의 점수가 높게 매겨지다 보니 상임위나 본회의 출석 등 일부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되면 바로 평가 순위가 떨어진다”며 “비명이라고 해서 평가에 손해를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단언했다.
◇무더기 탈당? 모이는 비명계들
공천 잡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내 안팎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에 역전 당한 것으로 나타나자 민주당 후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 커졌다. 당 내홍 상황이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한 민주당 후보 측 관계자는 “서울 중·성동갑처럼 민주당이 한 번도 지지 않은 지역구에서도 오차범위 이내 접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긴 성동구가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지역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걱정했다. 그는 “지도부만 안일하게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송갑석 의원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12년 총선 데자뷔가 우려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2012년은 당시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에 참패했던 선거였다. 이때도 정권심판론에 대한 목소리가 컸고 야당은 승리를 낙관했다.
설상가상으로 무더기 탈당마저 예상되고 있다. 홍영표 의원을 비롯해 하위 20%에 속한 비명계 의원들이 따로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고까지 알려졌다. 홍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지금 당내 상황에 대해선 정말 심각하게 바라보는 게 굉장히 많다”면서 “내일 의총이 있으니 그때 충분하게 의견 이야기하고 대책 세우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낙연과 친한 사람들 중 최대 5명까지는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상당수는 당에서 버티겠지만, 또 일부는 무소속 출마라도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