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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봉쇄 말라"…왕이, 한·일에 美디커플링 동참 거부 압박

김겨레 기자I 2023.07.03 18:09:01

한중일 포럼서 美겨냥 날선 비판 "배타적 공동체 형성"
"한·일, 타국과 관계 존중하나 이웃 봉쇄에 쓰면 안돼"
박진 "3국 협력 재개 위해 노력할것"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일본과 한국이 다른 나라와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존중하지만, (그러한 관계를) 가까운 이웃을 봉쇄하는 데 사용해선 안된다.”

중국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3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일 국제 포럼에 참석해 “중·일·한 3국의 목표는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수호하는 것인데,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상황은 도전에 직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 일본을 향해 미국 주도의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에 동참하지 말 것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사진=AFP)


왕 위원은 “일부 주요 국가는 고의적으로 이념적 차이를 조장하고 배타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협력을 대결로, 통합을 분단으로 바꾸려 한다”며 “이러한 추세가 발전하도록 허용한다면 3국 간의 원활한 협력을 심각하게 방해할 뿐 아니라 지역 정세의 긴장과 대립을 계속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 위원이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한미일이 공조를 강화하는 데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왕 위원은 또 “아시아는 우리 공동의 집이며 3국은 옮길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3국 협력의 올바른 방향을 굳건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비바람이 지나간 뒤 햇빛이 찾아오듯 3국은 반드시 기회를 움켜쥐고 손잡고 나아가 지역에 더 많은 공헌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올해 행사는 한중일 외교 전문가와 전직 관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중일 협력 재활성화: 전략소통·경제무역 연결·민심상통’을 주제로 열렸다. 행사 주최 측인 한중일 협력사무국과 중국공공외교협회 등은 각국 정부와 연결된 기관이다.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왕 위원이 참석한 것은 중국 당국이 이번 행사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한국은 한중일 3국 협력체제 재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왕 위원이 서울을 방문하면 함께 북한산에 오르고 짜장면을 맛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왕 위원은 박 장관의 초청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며 “나 또한 그를 다시 산둥에 초대해 함께 타이샨(태산)에 올라 천하를 구경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 위원과 회담하는 자리에서도 북한산 등반을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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