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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31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기 위한 심의를 최임위에 요청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최임위 심의는 최저임금 적용 방식부터 수준까지 각 안건에 대해 표결로 결정하는 구조다. 대체로 노사 대립 구도에서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이날 회의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과 권순원 간사 등 공익위원들은 회의 시간이 지나도록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최임위 전원회의는 관례상 노동계와 경영계, 공익위원의 모두 발언까지 언론 등에 공개하고 있다.
이날 회의장에는 공개 범위까지 노동계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영대 경영학 교수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었다. 이에 최임위 사무국은 노동계 관계자들이 퇴장해야 회의가 진행될 수 있음을 공지했다.
그러나 노동계 관계자들은 관례상 회의 공개 범위인 모두 발언까지는 자리하겠다고 하자, 위원장과 공익위원 등이 회의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회의 시작 후 50분이 지난 오후 3시 50분에 근로자위원들이 회의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전원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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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퇴장 직전 “노동자의 의사 전달 기회를 박탈하는 것에 대해 최임위원장이 직무를 유기한 것 상당히 안타깝다”며 “책임 있는 공식 입장이나 설명 없이 회의를 지연시키는 사태에 대한 책임은 위원장을 포함한 사무국에 있다”고 전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첫 회의부터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의 입장 발표도 거부한 채 회의를 무산시킨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며 “차기 전원회의에 문제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로자위원이 퇴장한 후 최임위 사무국은 1차 전원회의의 일정을 재공지하겠다고 전했다. 위원장이 개의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회의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최임위 관계자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등과 일정 등을 다시 협의해 회의 날짜와 장소를 잡겠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첫날부터 파행하면서 심의가 역대급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약 25% 인상된 시급 1만2000원을 공식 요구한 상태다. 물가 폭등으로 인해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하락한 것이 노동계 요구안의 이유다. 경영계는 경기 불황을 이유로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심의에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최임위는 고용부에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최종 보고서가 최임위에 제출되면 관련 논의가 폭발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