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만화가 박시백 작가는 9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연 신작 ‘친일파 열전’(비아북) 출간보고회에서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이야기를 담은 새 책을 펴낸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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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가는 “해방 이후 76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친일 청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친일 청산 문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한일 관계가 긴장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일부가 가해자인 일본의 오만하고 뻔뻔한 모습에 공감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친일 청산이 제대로 안 된 역사의 방증이다”라고 지적했다.
책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4389명 중 당시 친일 행위가 심각했던 인물, 그리고 해방 이후 한국 근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인물을 중심으로 추린 150여 명의 행적을 담았다. 이완용, 윤치호, 김활란, 방응모 등 잘 알려진 친일파는 물론 안익태, 김동인 등 최근 친일 행적이 더욱 이슈가 된 인물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완용, 윤치호, 김활란 등과 함께 책 표지에도 모습을 비추고 있다. 그러나 박 작가는 “친일 여부는 그 당시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논란이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박정희는 일제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30~40년대 일본군에 입대했고,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안중근·김구 등 독립운동가의 조각상을 만든 김경승 등이 남긴 문화유산 청산 문제에 대해선 “국민 여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작가는 “‘애국가’의 경우 감정적으로 본다면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애국가’ 자체가 하나의 역사가 된 것도 사실”이라며 “안익태의 친일 행위가 국민에게 더 많이 알려져 공론화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친일파 열전’은 정식 출간 전부터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역사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 작가는 “친일 문제 해방 이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에 여전히 남은 과제이자 계속 진행해 나아가야 할 문제”라며 “이 책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친일파의 친일 행위를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