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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돌봄' 패러다임 창시자…"상호돌봄으로 저출산 벗어나야"

조민정 기자I 2023.11.20 17:11:48

'2023 삼성행복대상' 시상식…5년 만에 간소화 탈피
조한혜정 교수, 묵인희 교수, 박영주 교사 등 8명 수상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사람은 죽어서 이름이 아닌 사람을 남깁니다. ‘상호돌봄’ 실천으로 저출산 국가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사회를 돌려줘야 합니다.”

2023 삼성행복대상에서 여성선도상을 수상한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가족을 넘어선 사회적 돌봄과 남성·여성이 함께하는 상호돌봄을 강조했다. 20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한남동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강당에서 진행한 ‘2023 삼성행복대상 시상식’에서다. 삼성행복대상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 증진과 전문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룩했거나 시대에 맞는 가족문화를 만들어 가며 사랑을 실천한 이들을 격려하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부터 간소화해 열리던 시상식이 제대로 열린 건 4년 만이다.

조한 교수는 가족 중심의 돌봄을 ‘사회적 돌봄’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새로운 인프라를 만든 여성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돌봄에 유능한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 비운 자리를 남성이 채우면 조화로울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오히려 능력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남녀가 일터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한국은 세계적으로 출산율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젠 남녀가 불평등한 구조를 인지하고 상호돌봄 실천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2023 삼성행복대상 수상자와 내빈이 20일 한남동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랫줄 왼쪽 두번째부터)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박영주 세종예술고 음악 교사. (윗줄 가운데)서정돈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사진=삼성생명공익재단)
올해 수상자는 △여성선도상 조한 교수 △여성창조상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가족화목상 박영주 세종예술고 음악 교사 △청소년상 김선애·최별·옥효정·리안 티안 눈·백혜경 학생 등 총 8명이다. 여성선도상과 여성창조상, 가족화목상 수상자는 상패와 상금 각 5000만원을, 청소년상 수상자는 각 500만원을 받는다.

자신을 ‘여성과학자’라고 소개한 묵인희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방법과 조기진단 지표를 연구한 세계적인 치매 권위자다. 여성창조상을 수상한 그는 “누군가의 엄마, 딸, 며느리로 살았다. 슈퍼우먼을 요구하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연구하는 게 좋아서 그거 하나 보고 여성과학자가 됐다”며 “미래엔 (여성들이) 연민 없이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사회에서) 자리 잡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상 후배들과 외치는 ‘알츠랩(알츠하이머병 연구실) 우주최강’을 함께 연호했다.

2023 삼성행복대상 수상자들이 20일 한남동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랫줄 왼쪽부터)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박영주 세종예술고 음악 교사.(사진=삼성생명공익재단)
박영주 교사는 “20여 년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골목길 가족공동체와 소망공동체 식구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골목길 가족공동체는 가족 간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는 귀한 일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청소년상 수상자 대표로 나온 백혜경 학생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돈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은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타적인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며 “오늘 영예로운 상을 수상하신 분들은 자신보다 가족과 사회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신 분들”이라고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이후 재단은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의미로 리움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전시와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아동·청소년 미술치료 작품 전시회’ 관람 행사를 마련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13년 ‘비추미여성대상’과 ‘삼성효행상’ 을 통합, 계승한 ‘삼성행복대상’을 새롭게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각계 주요 기관과 전문 인사들이 후보를 추천하면 분야별 학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업적 검증과 현장 실사 등 3개월간 심사 과정을 거친다. 심사위원인 노정혜 서울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는 “서류심사와 강도 높은 심층 토론을 거치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최상의 후보자를 선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윗줄 왼쪽부터)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박영주 세종예술고 음악 교사, 김선애 정원여중 학생, (아랫줄 왼쪽부터)최별 인천비즈니스고 학생, 옥효정 신명고 학생, 리안 티안 눈 경희대 학생, 백혜경 배재대 학생. (사진=삼성생명공익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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