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대한항공 마일리지 '개악' 논란, 왜 불거졌나

김성진 기자I 2023.02.16 18:40:53

19년만 개편…장거리 노선 공제율 상승에 소비자 불만
부정 여론 커지자 원희룡 장관까지 등장…추가대책 검토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오는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마일리지(보너스 항공권) 제도 개편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항공권을 구매할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그동안 지역별로 나눠 공제해왔으나 앞으론 운항 거리에 따라 달리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마일리지 차감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은 대한항공은 재무 건전성 확보라는 기조 속에서 항공권 운임 수준에 맞춰 마일리지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를 넘어 정부 당국까지 이번 개편안을 놓고 ‘개악’(改惡)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시행 전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마일리지의 사용처 및 마일리지로 구매하는 보너스 좌석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속내는 재무구조 개선…주무부처 장관까지 ‘대노’

대한항공이 2004년 이후 19년 만에 추진한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마일리지 공제 기준의 세분화다. 그동안 국내선은 편도 5000마일, 국제선은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북미·유럽·중동 등 네 지역으로 나눠 마일리지를 공제해왔다. 그러나 4월부턴 이 기준이 실제 운항 거리별로 바뀌어 총 10개 구간으로 세분화된다. 이번 개편안은 2019년 발표한 내용이었지만, 시행을 앞두고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도입 시기를 올해 4월로 유예한 바 있다. 개편안 도입은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속내도 있다. 마일리지는 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로 잡히는데, 제도 개편을 통해 마일리지 사용량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부채가 줄어드는 회계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무구조가 상당히 열악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앞둔 탓에 대한항공의 재무건전성 관리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 장거리 노선인 ‘인천~뉴욕’ 항공권(편도 기준)을 놓고 보면 필요한 마일리지(이코노미석)가 3만5000마일에서 4만5000마일로 28.6% 증가한다. 동일 노선 일등석의 경우 필요 마일리지는 8만마일에서 13만5000마일로 무려 68.8%나 늘어난다.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를 공개리에 비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5일 밤 자신의 SNS에 이번 개편안을 두고 “이는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항공사 마일리지는 고객에게 진 빚인데도 (대한항공은)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과 관련해 불공정 약관은 없는 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우려의 뜻을 전달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 따른 주요 변화 내용.(이미지=대한항공 홈페이지.)
◇“혜택 확대” 해명에도 부정 의견 확산…추가 대책 검토

대한항공은 일부 노선의 마일리지 공제율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실제 혜택은 더 확대된다고 해명했다. 이용고객이 많은 중단거리 노선의 경우 되레 마일리지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인천~다낭’ 이코노미석의 마일리지 사용량은 기존 2만마일에서 1만7500마일로 줄어들고, ‘인천~후쿠오카’는 1만5000마일에서 1만마일로 감소한다. 대한항공은 내부적으로 집계한 결과 마일리지 항공권 이용고객 4명 중 3명이 중단거리 노선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마일리지 공제율이 낮아지는 노선 수는 더 많아진다. 개편안이 도입되면 이코노미석 기준 64개 노선의 공제 마일리지가 인하되고, 49개 노선은 인상된다. 12개 노선은 기존 공제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그럼에도, 부정적 여론이 가시지않자 대한항공은 국토부와 협의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장 마일리지 개편안 자체를 바꾸기보단 보너스 좌석과 항공권 발권 가능 시기를 확대해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보너스 좌석 규모는 ‘전체 좌석의 5% 이내’에서 배정해 왔는데 이를 추가로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교보문고와 제휴해 마일리지로 책을 살 수 있게 한 것처럼 마일리지 사용처를 더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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