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분당 수순은 곤란…전광석화처럼 혁신해야”

이유림 기자I 2022.06.02 14:56:39

[6.1지방선거 진단 정치원로 인터뷰②]
"국민의 뜻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혁신 이뤄야"
"조기 전당대회 열어 지도체제 정비 필요"
"86그룹 용퇴, 인위적으론 안돼…쥐 잡다 독 깨"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게 국민적 총의였다. 그러나 민주개혁 세력에 대한 불씨도 살려줬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사진=방인권 기자)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문희상 전 의장은 2일 6·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이같이 해석했다.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호남과 제주, 경기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을 국민의힘에 내줬다.

문 전 의장은 민주당의 패배에 대해 “이미 예고됐던 결과”라며 “정당에게 승패는 흔히 있는 일이다. 너무 실망할 것도 너무 좌절할 것도 없다.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전 의장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이례적으로 연달아 치러진 탓에 제대로 하지 못했던 ‘성찰’과 ‘혁신’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를 이끌었던 지도부와 후보는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광석화처럼 해치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지도체제를 단일대오로 일사불란하게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 우물쭈물 하다가 당이 분란에 빠지면 분당 수순까지 갈 수 있다. 이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의결했다. 당내에서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전 의장은 ‘친문계’(친문재인계)와 ‘친명계’(친이재명계)가 당권을 놓고 계파 갈등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민주 정당에선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할 수 있고, 주장이 다를 때는 결국 투표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고 답했다.

나아가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 용퇴론’에 대해서는 “스스로 물러날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명분을 찾아주면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며 “인위적으로 하는 건 순리도 아니고 성공할 수도 없다. 그걸로 당내 분란이 일어나면 쥐 잡다가 독을 깰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86그룹 용퇴’를 요구하며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대립했는데, 이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의장은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동시에 국민은 민주당에 마지막 ‘불씨’를 남겨줬다고 평가했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막판 역전승한 점 등을 근거로 꼽았다. 그러면서 “불씨가 있기 때문에 정신만 차리면 된다”며 “성찰과 혁신을 가급적 전광석화처럼 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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