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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율 상계관세를 폐기하는 대신 EU는 중국 정부와 일정 수준 이상의 최저 가격을 설정하는 방안을 찾는 분위기다. 이를 놓고 유럽과 중국이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에 반발하기 위해 협력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EU 관계자는 “미국의 정책 변화가 우리의 대중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BMW그룹을 비롯한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가 중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양측이 무역 마찰을 빠르게 해결할 필요성도 크다.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친환경차 시장을 노리던 현대차·기아는 새로운 변수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친환경차 중심으로 현지 판매 차종을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유럽에서 현대차·기아는 전년 대비 3.9% 감소한 106만 3517대를 판매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가 지금을 경쟁력 확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을 배제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없고 대문을 걸어 잠그듯 상호 보복성 관세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을 미국과 유럽이 인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 모두) 감정적 관세 싸움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부과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현대차·기아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므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서 매출과 수량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