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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잇딴 핵·미사일 활동 공개…"美와 핵군축 협상 의도"

김관용 기자I 2024.09.19 16:58:01

4.5t 탄두 탑재 미사일, 내륙 발사로 자신감
순항미사일 섞어 쏘며 한미 혼선 노리기도
앞서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 핵 능력 과시
전쟁 분위기 조성으로 체제 내부 결속 도모
美 대선 과정서 핵보유국 지위 확보 노림수

[이데일리 김관용·윤정훈 기자]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는가 하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쟁 분위기를 만들어 내부적으로는 결속을 도모하고, 미국 대선 과정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19일 공개 보도를 통해 전날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포-11다-4.5’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탄도미사일에 4.5t급 초대형 상용 탄두를 장착했다고 주장했다. 탄도미사일에 고중량 탄두를 장착하는 것은 핵을 보유하지 못한 한국이 북한 핵에 대응해 추진해온 미사일 개발 방식이다. 우리 군은 탄두 중량 4.5t으로 추정되는 ‘현무-Ⅳ’와 8t이 넘는 ‘현무-V’ 등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번 미사일을 내륙으로 발사해 정확도를 과시했다. 미사일의 정확성을 확신하지 못하면 육지로 발사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륙 방향으로 발사해 함경북도 산악 지역에 떨어지는 사진까지 공개했다. 게다가 순항미사일을 섞어 쏘는 방식으로 한국과 미국 당국의 판단에 혼선을 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성능과 운용 능력이 증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 관영매체가 19일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도미사일의 지상 표적 타격 화면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지난 13일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로 가득찬 핵물질 제조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고속 회전시켜 순도 93% 이상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HEU)을 만든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원심분리기를 추가로 설치하기 위한 정황이 확인된다. 연간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과거 파키스탄으로부터 이전받은 원심분리기보다 크기가 작아진 것으로 보여 대북제재에도 원심분리기의 성능 개량에 성공한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이 공개한 2개 구역의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는 2000여개로 추정된다. 고농축 우라늄을 연간 40㎏ 이상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라늄탄은 1기 제조시 고농축 우라늄 25㎏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시설에서만 연간 2기 정도의 우라늄탄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13일 북한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개량형 600㎜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 장면도 공개했다. 기존 4연장에서 6연장으로 개량된 차륜형 발사대에서 이뤄졌는데, 처음으로 600㎜ 방사포의 연속 사격 능력을 과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한 사진이다.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가 가득차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활동 공개는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미국 대선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탄도 미사일 ‘현무-4’와 유사한 미사일로 미사일 분야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신형 무기 개발 과시를 통해 대미 최소 억제능력 과시 목적으로 본다”고 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의 가장 큰 고민은 남쪽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이나 한류에 북한 주민이 변질되는 것인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쟁분위기를 만들고 우리 지도자가 강력한 힘으로 지켜주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비핵화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 주면서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양당이 모두 정강정책에 북한 비핵화가 빠진만큼 핵군축으로 가기 위한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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