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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조 총감독은 수곡리 ‘ㅁ자 집’, 거제도 ‘지평집’, 부산 ‘박태준 기념관’ 등 자연환경 속에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 아키텍추럴 레코드 선정 ‘세계의 선도적 건축가 11인’에 이름을 올리고 하버드대, 덴마크 아루스 건축대 교수를 역임할 정도로 세계적인 건축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건축 철학을 관통하는 것은 ‘땅’으로 대변되는 자연과의 어우러짐이다. 조 총감독은 “개발의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도 집을 지을 땐 효용성만 생각하고 도로를 개발할 때도 기능을 중심에 두지만 땅의 모습 등 환경적 생태는 잘 고려하지 못한다”며 “땅(자연)에서 태어나 땅(자연)에 묻히고 그 위에서 진화해온 인류는 자연환경, 즉 생태를 보존하려는 노력 없이는 건강한 삶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건축물이 들어설 땅의 모습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연환경과 생태계, 사회문화적 이해까지 담아내는 건축 철학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대표적으로 송현광장이라는 첫 야외 메인 행사장에 놓인 ‘하늘소(所)’는 12m 높이의 전망대다. 이곳에 오르면 경복궁, 북한산, 한강 등 서울을 아우르고 있는 주변 지형과 자연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 건축가는 “하늘소에 오르면 산맥부터 강까지 서울을 이루는 자연의 축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파악할 수 있고 또 그런 자연 생태가 파편화된 도시 건축물에 의해 단절되고 끊어져 있는 현실도 동시에 마주할 수 있다”며 “시민이 몸소 이런 부분을 체득하고 생태도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 총감독으로서 전문가 중심이었던 행사를 시민참여형 축제로 이끌어 낸 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조 총감독은 “그동안 제1회부터 3회까지 건축가와 도시 설계자 전문가 위주로 많이 전시했는데 이번에는 전문가도 참여하지만 시민이 많이 공감하고 볼 수 있게끔 송현광장에 여러 개의 관을 만들어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며 “땅과 하늘과 서울이 어떻게 생겼는지, 높은 구조물이 있어서 또 올라가 보도록 해 서울을 우리가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 등을 보여주는 전시 행사라는 점에서 뜻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성수·압구정·응봉을 잇는 링(ring) 형태의 녹지공원 브리지(다리)를 만들어 3개 지역이 연결될 수 있도록 제안한 젊은 친구들이 인상 깊었다”며 “이렇게 시민이 생태도시가 구현된 사례를 보면서 필요성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정부와 국회에 정책과 입법을 요청하는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생태도시 구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조 건축가는 이런 비엔날레의 성과 중 일부를 서울시 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비엔날레 과정에서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 등 서울시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의 미래 모습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현실화 방안도 고민했다”며 “현실화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의 산길, 물길, 바람 길을 살리고 땅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가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충분히 현실적이다”고 강조했다.
총감독으로서 이번 비엔날레를 즐길 ‘명소’를 꼽아달라는 부탁에 그는 송현광장 전망대를 관람한 후 다음 코스로 하늘소 하부에 있는 녹지 형태의 브릿지에 대한 작품 감상 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으로 이동해 100년 마스터플랜전을 봐달라고 했다. 100년 마스터플랜전은 생태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설계해 전시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건축회사 RIOS가 압구정동을 한강과 연계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물의 도시’로 설계한 작품을 비롯해 동부이촌동의 부분별 마스터플랜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전시가 준비돼 있다. 마스터플랜전 한 층 아래에는 주제전·게스트시티전이 있는데 해외 다른 나라의 생태도시 관련 프로젝트를 모아뒀다.
그는 “우리 선조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를 생태적인 도시로 세계 최초의 생태도시로 만들었음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며 “좌청룡 우백호 배산임수의 생태도시로 느껴보고 잠재력을 가진 서울을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로 만들겠다는 데 시민이 동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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