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민의 동거동락] 군자는 세치 혀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거늘

고규대 기자I 2025.09.05 12: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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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고규대 기자]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은 윤석열을 당선시키기 위해 위험한 선거전략을 채택했다. 일반적으로 그 전략을 ‘갈라치기’로 표현했다. 이에 힘입어서였을까.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48.56%를 득표, 이재명 후보의 47.83%에 0.73%를 앞서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갈라치기 전략은 남과 여, 장애인과 비장애인, 내국인과 외국인, 기득권과 비기득권 사이 깊어지고 있던 골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어버렸다. 2022년에 고배를 마셨던 이재명은 2025년 선거에서는 대한민국 사상 최대 득표수를 차지하며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임기 첫날부터 ‘협치’를 공언하며 오랫동안 갈라치기로 병들어왔던 대한민국 사회의 깊은 갈등의 골을 봉합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몇몇 정치인들은 아직도 갈라치기 노선을 고수하려는 것 같다.

황철규 서울시의원(국민의힘·성동구 제4선거구)이 다문화 학생에 대한 혐오 및 차별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한겨레 이우연 기자 2025년7월1일 보도.) 황 의원은 서울 성수동 경일고에서 열린 성진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설명회’에서, “중국 학생이 60%나 다니는 학교에 자녀들을 보낼 것이냐”라고 말했다는 거다. 특정 초등학교와 중학교 이름을 언급하며 “(해당 학교에는) 다문화 학생, 이중국적을 가진 중국인 학생이 많이 다닌다”라고도 했다.

발언 이후 황 의원은 당시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이고, “중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직접 말하기까지 했다. 서울시의 광역의원이 대놓고 특정 국가의 출신에 대해 본인의 부정적 감정을 쏟아낸 게 아닌가. 심지어 이 의원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최근 칼럼에서 ‘다문화가정의 두 얼굴’(이데일리 2025년 8월14일자)에서 종합편성채널의 한 프로그램에서 초등학교 5학년이 중국 출신 엄마를 무시하고 막말하는 예를 들었다. 아이는 어른의 행실을 보고 자란다. 어른들의 거울이 바로 아이들이라는 의미다. 물론 사람마다 선호 또는 비선호하는 나라가 있을 수 있다. 어느 사람들은 역사적 사실까지 들어가며 수 없이 행해진 호란 때문에 중국을 싫어할 수도 있다. 임진왜란까지 가지 않아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했던 수많은 수탈 그리고 그 행위에 대해 아직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일본을 싫어할 수도 있다. 서울 내 수십만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시의원이 대놓고 특정 국가 출신의 사람들을 매도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행실인가.

본인은 미국과 독일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만약 미국에서 주지사나 시의원이 “나는 한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것이 언론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그는 언론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의 뭇매를 얻어맞을 게 뻔하다. 미국 뉴저지에 인구 2만 명 정도의 ‘팰리세이즈 파크’라는 타운의 인구는 과반수가 한국인이었다. 만약 팰리세이즈 파크의 시장이 “한국 학생이 60%나 다니는 학교에 자녀들을 보낼 것이냐”라고 발언한다면, 그는 미주 한인들이 들고일어나기도 전에 인종 차별자로 찍혀서 시장직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인종차별, 국적 차별 등은 매우 구시대적이다. 2025년이다. 갈수록 세계화되어가는 글로벌 사회에서, 시대착오적 발언을 거리낌 없이 발언하는 이는, 더는 없어야 한다.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에 대하여 적어도 공개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

◇ 서형민 피아니스트=베토벤 국제콩쿠르 우승자 출신으로 글로벌 활동을 하는 국내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서형민 피아니스트는 각국을 오가면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다문화와 관련된 글로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는 미래를 함께 꿈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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