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적용 업종에 영화관이 포함되면서 전국 영화관이 혼잡을 겪고 있다. 11월 초 ‘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일부 선보였던 ‘백신패스관’을 전국 모든 상영관으로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백신패스관에서는 원래 자리를 띄어 앉지 않고 팝콘을 먹을 수 있도록 했지만 앞으로 4주간 이를 금지하게 돼 관객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특별방역대책 전의 백신패스관과 이후의 백신패스관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명칭에 대한 고민 없이 백신패스관을 모든 상영관으로 확대해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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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4주간 시행하는 특별방역대책에 따라 정부는 영화관과 공연장 등 16개 업종에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영화관의 경우 운영시간과 밀집도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취식을 금지하면서 사실상 위드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극장가는 지난달 위드 코로나 전환에 맞춰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경과된 고객을 대상으로 ‘백신패스관’을 일부 운영한 바 있다. 띄어 앉지 않아도 되며 팝콘, 음료수 등 취식이 가능하다. 백신패스관이 아닌 ‘일반관’은 띄어 앉기가 의무이며 물과 무알콜 음료만 취식할 수 있었다.
이번 지침으로 전국 모든 극장 상영관의 이름은 ‘백신패스관’이 됐다. 7일 한 영화관 모바일 예약 앱을 보면 전 상영관이 백신패스관으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름만 백신패스관이다. 팝콘을 먹을 수 없으며 간격을 띄어 앉아 물과 무알콜 음료만 마실 수 있게 된 ‘일반관’인 셈이다. 더구나 백신 접종 완료자만 입장 가능하기 때문에 영화관 내 방역은 오히려 위드코로나 전보다 더 빡빡해진 셈이다.
일상 회복을 기대한 시민들은 다시 강화된 영화관 지침에 실망스러운 기색을 표한다. 7일 오전 영화관람을 마치고 나온 조모(19)씨는 “원래 운영하던 백신패스관으로 알고 오면 황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사실 어떤 식으로든 돌파감염은 발생한다고 보지만 백신패스관이라는 게 지금까지 팝콘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영화관에 사실 팝콘 먹으러 가는 이유도 있었는데 또다시 금지됐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감이 컸다”며 “지난달 취식이 허용될 때 바빠서 영화관에 가지 못했는데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위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거리두기 방침에 미접종자들은 방역패스까지 적용하는 건 차별이라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김모(29)씨는 “백신패스관에서 마스크 벗고 팝콘 먹으면서 영화보는 것보다 마스크 끼고 거리두기 하는 게 더 안전한데 왜 미접종자는 영화관도 못 가게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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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지난달 위드 코로나 시행 시 띄어앉기 없이 좁은 영화관에서 마스크를 벗고 팝콘을 먹는 건 시기상조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무차 영화관을 방문한 함모(44)씨는 “지난달에 팝콘을 허용한 건 이르기도 해서 지금처럼 팝콘은 못 먹게 해야 한다”며 “오미크론 여파가 커 방역패스를 영화관에 적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3차 접종까지 마쳤다는 공모(77)씨는 “요즘 확진자도 많이 나오는데 이런 조치들을 취하면서 조심해야 한다”며 “팝콘은 원래 안 먹긴 하지만 마스크 벗고 먹으면 위험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백신패스관이 사실상 ‘무늬’만 백신패스관이 되면서 현장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울의 한 극장 백신패스관에는 영화 시작 시간이 지났음에도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 입장이 지연되기도 했다. 한 50대 부부는 QR코드에 백신 접종 연동을 해두지 않아 접종 확인을 하기 위한 다른 앱을 찾고, 영화를 보러 온 20대 커플은 2차 접종 후 2주가 지나지 않아 환불을 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극장계에서는 용어에 따른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극장 관계자는 “‘백신패스’라는 용어를 보고 ‘패스’에 집중해서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이해해 예매하는 분들도 있다”며 “관객들도 백신패스관에 대해 미리 이해하고 상영시간보다 일찍 와서 방역 확인절차를 한다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신패스관이라는 명칭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지만 일단은 그대로 운영하기로 했다”며 “4주간 특별방역대책이 끝나고 다시 취식이 가능한 상영관을 운영한다면 용어에 대한 논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