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시설투자 35% 세액공제…가업승계 증여세 20년 나눠낸다

이지은 기자I 2023.07.27 16:00:00

[2023세법개정]
영상콘텐츠 제작비용 공제율 상향…대기업 기준 5배↑
바이오의약품 국가전략기술 추가…가업승계 완화도
법인세 최고세율 24% 여전…'세수 펑크' 영향 관측도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가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제 혜택을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수준으로 확대한다. 전 세계적 한류 열풍을 이끈 ‘K-콘텐츠’ 관련 지원을 경쟁국 수준에 맞게 올려 주요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도다.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감면 등을 통해 기업의 세 부담을 낮춰 국내 복귀를 독려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가업 승계 관련 개선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법인세 추가 인하 등의 과감한 개편은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 등 현실적인 여건에 따라 추후로 미뤄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6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주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제공)
◇바이오의약품 지원·가업승계 완화 등…“민간 중심 활력”

기획재정부는 2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제56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추 부총리는 “우리 기업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의 제고를 과감하게 지원하겠다”이라며 “민간·시장 중심의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투자·일자리 창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TV프로그램과 영화,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에 대한 제작비용은 국가전략기술 수준으로 대폭 상향한다. 현재 대기업은 3%,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7%와 10%인 기본 공제율을 △대기업 5% △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5%로 상향하고,국내 산업 파급효과가 큰 콘텐츠를 대상으로는 대·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5%의 추가 공제까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대로라면 대기업 기준 최대 공제율은 현재보다 5배 늘어나게 된다. 중소·중견기업의 문화산업전문회사 출자에 대한 세액공제(3%)도 신설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여느 나라에 비해서도 우리 영상콘텐츠에 대한 지원 수준이 뒤지지 않도록 공제율을 대폭 인상했다“면서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는 유통이나 배급을 담당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아닌 제작사에 순수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백신에 한했던 바이오 분야 국가전략기술은 바이오의약품으로 확대됐다. 앞으로 바이오의약품 관련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발굴·제조기술, 임상 1~3상기술 등 8개 기술과 4개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은 최대 3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최근 전 세계 바이오 업계의 격전지로 떠오른 바이오시밀러 기술도 최종 포함됐다.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복제약을 일컫는 바이오시밀러는 올해 미국에서만 300억달러 규모 이상의 신규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리쇼어링’ 기업의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 기간은 복귀 이후 소득이 발생하는 과세 연도부터 총 7년(5년 100%+2년 50%)에서 10년(7년 100%+3년 50%)으로 늘어난다. 표준산업분류표상 세분류가 동일해야 했던 요건도 ‘해외진출기업복귀법’상 전문위원회가 업종 유사성 확인시 인정하는 방향으로 완화했다.

중소기업이 대를 이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업 승계 관련 세제도 완화된다. 증여세 연부연납기간을 5년에서 20년으로, 특례 저율과세(10%) 구간을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리고 가업상속공제 및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후 사후관리기간(5년) 동안 업종 변경 허용범위를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확대한다.

국내 건설사 해외자회사 대여금에 대한 특례도 신설된다. 국내건설기업이 해외현지법인에 지급한 대여금을 회수하기 곤란할 경우에 한해 대손충당급 손금산입 한도 확대를 허용할 방침이다. 핵심 광물 등 자원 확보를 위해 수입 배당금 익금불산입·간접외납세액 공제대상 해외자원개발 해외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은 5%에서 2%로 낮아진다.
세법개정안 인포그래픽. (자료=기재부 제공)
◇법인세 최고세율 24% 여전…‘세수 펑크’ 영향 관측도

이번 세법개정안이 정부 의도대로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도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최고세율 2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 법인세에 대해서 재계의 추가 인하 요구가 지속됐지만, 이는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않아 시장의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재부는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냈지만, 여야의 첨예한 대립 끝에 결국 1%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은 21.2%다.

추 부총리는 “법인세와 관련해 최고세율도 더 낮추고 구간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일관된 제 생각이고, 그런 취지를 담아 작년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야당의 강한 반대 때문에 근본적 개편은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현재 국회 상황이 지난해와 동일하기 때문에 같은 내용을 다시 제출한다고 해서 특별한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려를 했다”고 설명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투자를 늘리고 경기를 살리며 일자리까지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한정된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서 경기를 살리는 방안”이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등 세계 각국이 세금을 깎아주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와 경쟁하려면 비슷한 수준의 기업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를 재추진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 1~5월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36조4000억원 감소했는데, 이중 법인세수 감소분만 17조3000억원으로 절반에 달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년에 법인세를 내리면서 정부가 설명했던 기업 이윤 증대, 세수 확대 등의 효과는 올해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세율을 낮춘다고 하면 세수 관련 문제가 두드러져 현재 체계를 건드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세액공제는 산업 정책 차원에서 다른 나라도 많이 쓰는 수단으로 우리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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