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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의 의사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전략적 수준의 위혁(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적 행동을 증대시키는 선택안을 심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향해 “안전상 우려를 무시하고 정세를 악화시키는 도발적인 행위들을 상습적으로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무모한 과시성, 시위성 망동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행동을 동반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우리의 핵전쟁억제력의 무한대한 강화의 명분을 충분히 제공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가만히 앉아 정세를 논평하는 데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계속해 군사적 힘의 시위행위에서 기록을 갱신해나간다면 우리도 마땅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의 의지와 능력을 시험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면서 “오늘의 현실은 우리의 핵무력 강화로선의 당위성과 정당성,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켜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외무성이나 국방성 대변인 등의 담화를 내놓은 적이 있지만 김 부부장 명의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북한을 지칭하고 대화 가능성을 피력했지만 여전히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데다 한미일 군사훈련을 이어가는 점 등에 실망감을 노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언급한 ‘전략적 수준의 위혁적 행동 증대’는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을 암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소는 “김 부부장의 담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미 전략적 초강경 대응방향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향후 한반도 정세 긴장 고조의 전조”라면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업그레이드된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실험 등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후 미국의 관심이 북한으로 쏠릴 수 있는 만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계산이라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3월 첫주에 김여정 담화를 통해 발표한 것은 담화전을 넘어 행동으로 넘어가겠다는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 종전 다음은 자신들 차례라는 판단 하에 협상을 앞두고 적대 정책 철회와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 ‘선결요건’을 제시하는 의도도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국방부는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연습을 앞두고 확장억제공약 이행을 위한 미 전략자산 전개, 한미연합훈련 등을 비난한 것은 핵·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고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궤변에 불과하다”면서 “북한의 핵은 절대 용인될 수 없는 것으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의 길은 핵에 대한 집착과 망상을 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우리 군은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만약 북한이 한미의 정당하고 방어적인 군사활동을 빌미로 도발할 경우 압도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기자들과 만나 “(김 부부장의 담화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훈련인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강경 대응을 위협한 것”이라면서 “북한의 상투적인 적반하장식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은 지난 2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이 한국에 입항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이며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이기도 하다. 칼빈슨함은 1982년 취역한 미국 해군의 세 번째 니미츠급(10만톤급) 핵 항공모함이며 길이 333m, 폭 76.4m 규모로 승조원 6000여 명을 태울 수 있다. 비행갑판은 축구장 3배 규모로 스텔스 전투기 F-35C 등 항공기 80~90대 탑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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