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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장자연 편지'' 자작극으로 본 이유

노컷뉴스 기자I 2011.03.16 20:22:48

"다른 사람에게 받은 봉투의 소인 부분 조작해 새로운 형태의 편지 만들어"

[노컷뉴스 제공]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 결과, 가짜로 판명된 고 장자연 씨 편지에 대해 경찰이 장 씨 지인을 자처하는 A(31)씨의 자작극으로 결론 내렸다.

경기지방경찰청은 "망상장애 등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A 씨가 2009년 당시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고인의 필적을 흉내내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편지 내용을 A 씨가 직접 쓰고, 편지 봉투는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봉투의 소인 부분을 조작해 새로운 형태의 편지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의 성향과 병력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편지봉투 조작 흔적, 편지 내용 등 분석에서 나온 여러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A 씨의 전력 및 심리상태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999년 1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수감생활을 하다가 다시 2003년 5월부터 수감돼 현재 광주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2006년 1월부터 2010년 8월까지는 수십 차례에 걸쳐 관계망상 의증 등으로 진료를 받았던 병력이 있다.

재소 동료에게는 "장 씨와 오빠 동생하는 사이로 출소하면 연예기획사를 차려 장 씨를 메인 연기자로 스카우트 하겠다"는 말을 했으며, 재소 동료는 A 씨가 하루에 5~6통의 편지를 작성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A 씨의 심리상태를 분석한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룡 경위는 "A 씨가 유명 연예인과 개인적으로 친하고 자신을 대단한 능력자로 믿는 과대망상 증상과 사고과정의 장애를 보이는 등 정신분열증 초기단계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A 씨와 장자연 씨의 관계

경찰조사 결과 장 씨는 1980년 생으로 전북 정읍에서 초중고를 졸업했고, A 씨 역시 1980년 생으로 초중학교는 전남 강진, 고교는 전남 광주에서 다니는 등 생활권이 달라 친분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수감 중인 A 씨의 면회접견부와 우편물 수불대장에서도 장 씨 또는 A 씨가 장 씨를 부를때 썼다는 '장설화'라는 필명으로 면회한 사실도, 수발신한 우편물도 없었다.

장 씨 가족과 지인들도 A 씨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편지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전했다. 특히 수감동료였던 배 모씨는 "A 씨가 장 씨 사망 이후에야 장 씨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 일명 '장자연 편지' 내용에 대한 오류

A 씨가 재판부에 낸 탄원서에 첨부된 편지 50통 230쪽 내용에는 언론에 공개된 것 외에 장씨 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나 비공개된 사실은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일부 편지에서는 내용상 사실과 다른 부분도 발견됐다.

편지에 장 씨의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해당 영화 제목은 당시 '그들이 온다'라는 가제로 제작이 추진됐었다.

또 A 씨가 작성해 검찰청에 제출하려다 장 씨 만류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2008년 10월 12일자 진정서에는 '해외 접대골프를 가지 않아 차량을 빼앗겼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는 2009년 2월에 발생한 일이다.

◇ 방대한 분량의 편지, 어떻게 작성했나

경찰은 A 씨가 위작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구체적인 위작 작성경위는 단정할 수 없으나 장자연 관련 신문스크랩 기사 등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A 씨의 자필문건을 보고 필적을 연습해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특히 장 씨 자살사건 직후인 2009년 6월 부산구치소 교도관이 작성한 접견내용 기록 중에 A 씨가 면회를 온 매형에게 '자연이 편지 온 거 사실 퍼온건데'라고 적힌 부분을 발견, 16일 언론에 공개했다.

또 재소 동료들은 "A 씨가 '악마의 피'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쓰는 등 글 솜씨가 뛰어났다"며 "A 씨의 글씨체가 흘림체, 정자체, 여자 글씨 등 여러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 편지에 나타난 '습관적' 오기

A 씨는 편지를 보낼 때 봉투에 습관적으로 낙서를 하는데 고인에게 받았다는 편지봉투 역시 이와 같은 낙서가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어 일명 '장자연 편지'와 A 씨의 아내, 아내 친구 이름으로 적힌 편지, A 씨 친필로 적힌 문건에는 동일인에 의해 작성되지 않고서는 반복될 수 없는 패턴이 중복 발견됐다.

'거짓'을 '거짖', '물론'을 '문론', '현재'를 '현제', '대가'를 '댇가', '늦다'를 '늗다', '인맥'을 '입맥', '동료'를 '동녀', '되다'를 '돼다'로 오기한 것이 그 것이다.

◇ 편지봉투는?

압수물 중에는 날짜가 서로 다른 50개의 우체국 소인과 우표, 교도소 내 방실번호 부분 만을 따로 모아 복사한 A4용지 2매도 있었다.

경찰은 다른 사람에게 받은 편지의 우체국 소인과 우표 부분만을 오려내 장 씨에게 받은 편지봉투라며 위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어 편지 원본에 남은 지문감식과 DNA 분석 결과 고인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과수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장자연 씨의 친필이라고 주장되던 편지 원본은 장 씨의 필적과 상이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A 씨에 대해 사문서 위조와 사자명예훼손, 위계에 의한 공부집행방해 혐의 등을 적용, 사법처리 방안을 검토 중이며, 문건자체가 가짜인 이상 재수사는 벌이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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