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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계 재산 '부동산→주식' 대이동…"AI가 부동산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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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10.14 11: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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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30%·부동산 25%…20년새 역전
챗GPT 이후 美반도체지수 409% 급등
"증시가 곧 경제"…급락 땐 경기 흔들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가계 재산의 무게중심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증시는 4년째 강세장을 이어가는 반면, 고금리에 주택시장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다.

지난달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밸런시아의 한 주택단지 위로 '신규 주택'(new homes) 분양 광고 풍선이 떠 있다.(사진=게티이미지/AFP)
지난달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밸런시아의 한 주택단지 위로 '신규 주택'(new homes) 분양 광고 풍선이 떠 있다.(사진=게티이미지/AFP)
13일(현지시간) 마켓워치가 TD증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 가계 총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어선 반면, 부동산은 25% 안팎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중반엔 부동산이 30%를 웃돌고 주식은 15% 안팎이었는데, 정반대가 된 것이다. 격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 주택 공급이 줄면서 내 집 마련은 어려워졌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65%까지 떨어진 가운데 집값이 치솟았고,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까지 닥쳤다.

2022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모기지 금리와 대출 비용은 뛰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자 기술주가 치솟았고, ‘AI 수혜주를 놓칠 수 없다’는 투자 심리가 불붙었다.

팩트셋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지난 12일까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09.3%, 매그니피센트7 상장지수펀드(ETF)는 202.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2.5% 올랐다. S&P500지수는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을 눈앞에 둔 반면, 모기지 금리는 지난 9월 7%를 넘어섰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은 AI 대 주택”이라며 “둘은 경제의 양 끝에 있는데, AI가 앞서가는 반면 주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둘을 “서로의 거울상”이라고 표현했다. 고금리가 기존 집주인들을 집에 묶어두고 수요를 짓누르는 반면, AI 투자를 위해 막대한 돈을 빌리는 빅테크들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금리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승자는 부유층이나 자산 대부분을 주식으로 가진 사람들이라고 짚었다. 중산층은 퇴직연금(401k)으로 주가 상승 혜택을 보지만, 대출 부담이 커진 데다 가장 큰 자산인 집값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떤 자산도 영원히 앞서 나가진 못한다며 분산 투자를 권했다.

금리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30년 만기 모기지 등 각종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9월 5%를 넘었고, 월가 일각에선 6%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헤더 롱 네이비페더럴크레디트유니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이 점점 경제 그 자체가 되고 있다”며 증시가 크게 조정받으면 “경제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닷컴버블 붕괴 뒤 찾아온 2001년 경기침체를 예로 들었다.

롱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관련 부의 증가가 “억만장자들이 점점 더 부유해지는 것”과 고령화한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축적을 일부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택시장 전반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100만달러(약 13억4300만원)짜리 고가 주택 수요는 최근 늘었다. 집값이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이 때문에 일부 젊은 층은 증시에서 과감한 베팅에 나서고, 일부는 저축 대신 여행·경험에 돈을 쓰는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식 생활을 택하고 있다.

다만 롱 이코노미스트는 20대 중반에 집을 사는 젊은 층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생활비가 비싼 지역 밖에 사는 군인·숙련 기능직 등 소득이 안정적인 이들로, 계약금이 적거나 없는 주택 구매 지원 프로그램을 주로 활용했다. 그는 “압도적으로 블루칼라의 승리”라면서도 “아직은 드물어 우리 포트폴리오의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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