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투사’ 이재명의 변신에도 여론 조용한 이유는?

정다슬 기자I 2025.08.25 15:26:44

닛케이 분석…지지층 반발 잠재운 아베 전 총리에 비유
13년만 "반성" 언급한 이시바 총리와의 케미도 도움
조국·윤미향 ''반일 인사'' 언급…"지금부터가 진정한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반일(反日) 기조가 강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한국 여론이 이례적으로 조용한 이유에 대해 일본 언론이 ‘정치적 경쟁자가 없는 1강(强) 구조’를 꼽았다.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한에 더해,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그의 행보에 감히 대적할 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를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좌파 아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과거사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을 두고 “일본은 적성국가”라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던 이재명 대통령이 반일 투사에서 일본에 유화적인 지도자로 변화한 이유를 분석하며 “국내외 정세를 꿰뚫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이번 이 대통령의 변신을 자민당 내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던 아베 전 총리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성사시킨 것에 비유했다.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이 국가로서의 책임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은 ‘반쪽’ 짜리 합의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본에서도 그동안 부인했던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인정하는 것에 대한 상당한 반발이 존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했던 보수 정치인인 아베 전 총리가 직접 나서서 합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이 오히려 일본 내 보수층의 반발을 잠재우는 데 효과적이었다.

닛케이는 “비슷한 상황이 지금 한국에서도 펼쳐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1강(1强)이라고 불릴 만큼 정치적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체는 “명확한 진영 구분, 때론 신념과 상반되는 정책도 포용하는 정치적 유연함은 그의 특징이며,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그를 두고 ‘좌파 아베’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한국 내에서 역사인식이 깊은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카운트파트가 되며 대일외교를 전개하기 좋은 환경도 조성됐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내에서는 보기 드문 기독교인으로, 한일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는 정치인이다. 앞서 지난 15일 열린 세계대전 패전일 추도식에서는 13년 만에 “반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한국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호감도가 사상 최고수준으로 올라온 점도 이유로 꼽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등 대중문화를 친숙하게 여기는 이들이 늘어났고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가 다른 국가를 앞지르며 인적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반중 감정의 확산은 일본을 보다 우호적인 국가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외교 철학보다는 실용외교적 판단”…변수 多

그렇다고 한일 관계가 또다시 격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닛케이 역시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한일포럼 등을 통해 관계자를 인터뷰한 결과 “최소 향후 1~2년간 이재명 정권이 반일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면서도 “일본이 이 대통령의 외교 우선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이 대통령의 친일 행보에는 철학과 비전이 있다기보다는 ‘실용’ 중심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닛케이는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급작스럽게 출발한 새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 등 다양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강제징용 문제 등을 재점화해 일본과 갈등을 벌일 시간도, 여력도, 예산도 부족하다는 판단이 읽힌다고 해석했다.

향후 한일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꼽힌다. 이 대통령은 방일 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떠났다. 이례적인 이같은 행보에 대해 닛케이는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고, 미국 내 남아 있는 ‘반미·반일’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으며 “반대로 말하자면 트럼프라는 거대한 공통의 난적이 약화된다면 한일간 공조의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가 진지하게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는 상황에서 “북미관계와 핵·미사일 협상 향방은 한일 관계에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일본은 평소부터 한미 양국과의 긴밀한 연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내 정치적 불안요소로는 광복절 특별사면대상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전 국회의원을 꼽았다. 닛케이는 이들을 “대표적 반일 인사”로 꼽았으며 “일본발 논란이 불거질 경우, 이들이 반일 시위의 선봉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민주당 신임 대표로 선출된 정청래 의원 역시 강경파로, 대일 외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닛케이는 “27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감히 단행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정책은 양국관계에 큰 꽃을 피웠다”며 “이재명 정권도 진보 진영 출신으로 국내를 하나로 묶어 한일 관계를 도약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어 “이러한 기회를 살리는 데는 일본 측, 특히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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