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전문위원은 과거 지리적 관계를 중심으로 러시아·아프리카에서 유럽, 중동에서 아시아, 캐나다·남미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던 글로벌 원유 흐름 지형도가 전쟁을 계기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전쟁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수입을 중단하고 러시아가 잉여 원유를 아시아로 공급하면서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유럽은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로 수입처를 넓혔다. 특히 나이지리아, 노르웨이,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했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으로의 원유 수출을 늘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전쟁 전 0.2%에서 지난해 12월 25%로 확대됐다. 2021년 하루 160만배럴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던 중국은 올해 1월 230만배럴을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 전문위원은 셰일혁명 이후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했다. 전쟁이 터진 2022년 미국의 석유수출 규모 하루 958만배럴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반대로 러시아의 퇴조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최근 원유공급 축소를 발표하는 등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유럽을 완전히 대체할 시장을 찾지 못하고 있어 패권경쟁에서 밀려날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러시아는 반(反)서방 진영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대규모 ‘그림자 선단’을 구성·운영하며 석유 수출을 계속하고 있고, 그림자 선단의 규모도 늘리고 있다. 선박 소유주와 운영사가 불분명하고 거래내용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 시장의 확대는 전통 원유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평가다.
‘비달러화 거래 증가’ 움직임도 지난해 포착됐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인도는 러시아와의 원유거래에서 루피화 비중을 느리고 있으며, 러시아 루블화 등으로 결제수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유업체들도 달러보다 위안화로 러시아와의 거래를 선호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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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문위원은 기존 질서의 변화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위협이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궁극적인 해법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에너지 절약과 함께 ‘녹색전환’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오 전문위원은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넷제로(Net-zero) 등이 전 세계적 의제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친황격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개발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