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비정규직 근로시간 늘었다?…알바 해고로 '착시현상'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덩달아 휴직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음식점업이나 교육서비스업 같은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소규모 사업체의 아르바이트 등 단시간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일자리에서 밀려나면서 발생한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서울 성동구의 한 식당에 직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성동구 제공

◇임시일용직, 코로나 전보다 근로시간 증가

2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5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전체근로자의 1인당 근로시간(상용 1인 이상 사업체)은 156.7시간으로 지난해 4월보다 9.2%(15.9시간) 감소했다. 앞서 지난 2월과 3월 근로시간은 각각 11.9%, 4.5% 늘었지만 4월에 들어서면서 감소한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와 석가탄신일로 작년과 비교해 일하는 날이 1.9일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근로시간 감소 폭이 근로일수 감소보다 더 큰 것은 코로나19로 휴직 등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줬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전체적으로는 근로시간이 줄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용근로자와 임시·일용직에서 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상용근로자 근로시간은 1인당 162.2시간으로 10.4%(18.9시간) 감소한 반면, 임시·일용근로자의 근로시간은 98.5시간으로 1.8%(1.7시간) 늘었다. 상용근로자가 2, 3월에는 근로시간이 늘다가 4월 들어 감소한 것과 달리 임시·일용근로자는 2~4월 내내 근로시간이 각각 1.2%, 4.2%, 1.8% 늘어났다.

임금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4월 전체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335만9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5만4000원) 늘었다. 임금 증가 폭은 상용근로자가 0.4%(1만3000원), 임시·일용근로자가 11.0%(16만6000원)로 임시·일용근로자의 임금이 많이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불황에도 임시·일용직은 오히려 1년 전보다 많이 일하고 임금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종사상지위별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내역별 근로시간. 고용노동부 제공

◇단시간 아르바이트·계약직 먼저 밀려난 탓

하지만 이는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적게 일하고 적게 받던 단시간 근로자들이 고용시장에서 먼저 탈락하면서 나타난 일종의 통계 착시다. 음식점이나 학원 등에서 단시간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하던 이들이 제일 먼저 밀려나면서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얘기다.

근로일수 영향이 없는 5월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통계청의 지난달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원자료)에 따르면 36시간 미만 단시간 취업자는 상용직에서 급증했다. 고용형태별로는 △상용직 67.2% △임시직 4.7% △일용직 9.6%씩 증가했다.

상용근로자는 고용유지지원금이나 무급휴직 신속지원 프로그램 등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면서 근로시간은 줄었지만 고용은 유지한 반면, 불안정한 지위에 있던 이들은 쉽게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시·일용근로자는 상용근로자보다 근로일수 영향을 덜 받는 데다가 원래 짧게 일하던 분들 위주로 근로자가 줄었다”며 “일주일에 며칠만 나와서 일하던 분들의 고용이 감소하면서 남은 사람들의 평균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