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아시아 주식시장이 동반 급락하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일시 충격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인플레이션 환경은 유동성 위축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에 악재가 되겠지만, 구조적인 비트코인 수요 확대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100달러 넘은 유가…‘인플레->유동성 위축->비트코인 악재’로
9일 아시아 시장 개장 직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11.24달러까지 치솟으며 장중 22% 급등했다. 이후 상승폭을 줄이곤 있지만 100달러 위에서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110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주 금요일보다 약 40달러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유가 급등의 촉매는 주말 내내 겹겹이 쌓인 충격 탓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선출 기구인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는 지난 8일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56세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지명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에 전면적인 충성을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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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도 사실상 봉쇄 상태가 이어지면서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는 원유 생산 감축에 들어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3위 산유국인 UAE는 해상 유전 생산을 줄였고, OPEC 5위 산유국인 쿠웨이트도 원유 및 정유 생산을 감축했다. 이스라엘은 테헤란 쿠학·샤흐란 지역과 카라지 시의 연료 저장시설을 타격했으며,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정유시설과 발전소 역시 여전히 공격 대상 목록에 올라 있다고 경고했다.
바레인의 해수 담수화 시설도 이란 드론 공격을 받았다. 걸프 국가들이 담수 시설에 식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대한 수위 상승으로 평가된다. 미 국무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미국인 직원들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보다 광범위한 공습을 검토 중이며, 이란이 보유한 무기급 우라늄 비축분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부대 투입도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고 공급망 이슈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그간 가상자산시장의 핵심 거시적 호재였던 미국의 금리 인하 시나리오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3월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유가가 100달러를 넘고 사태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는 만큼 6월 인하 기대 역시 현실성이 크게 낮아졌다.
이에 인플레이션 기대도 다시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 제조비, 소비재 가격에 직접 반영되며, 전 세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상방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21셰어스(21Shares)의 거시경제 총괄 스티븐 콜트먼은 “전쟁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재정적자를 확대시킨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여 비트코인을 하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들은 예상됐던 금리 인하를 늦추거나 그 폭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재조정은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 국채 금리 상승이 가상자산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지점이다.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글로벌 유동성 여건은 긴축된다. 정부 채권이 점점 더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하게 되면, 자금은 투기적 자산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긴축 국면에서 고(高)베타 유동성 자산처럼 거래돼 왔다. 과거 실질금리가 상승했던 시기에는 레버리지가 축소되고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자산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변동성 커졌지만 패닉 신호 없어…“구조적 수요 확대 주목할 때”
다만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시장은 아직 전면적인 패닉 신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전면적으로 처분하기보다 헤지(=보호) 수단을 사들이는 쪽을 택하고 있다. 눈에 띄는 흐름 중 하나는 하방 보호를 위한 옵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잠재적 조정에 대비한 보험료를 더 많이 지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투기적 투자를 중단하는 대신에 전쟁 장기화와 유가 상승에 수혜를 볼 수 있는 금과 원유 관련 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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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비트코인 가격도 아직은 안정적이다. 간밤 한때 6만8000달러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유가 100달러대에 일시적으로 6만5000달러대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이날 오전 11시 경엔 6만6500달러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레일 어코너 이토로 애널리스트는 “온체인 상에서의 수요 활동이 분명히 둔화되고 있고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유동성은 아직 뚜렷한 개선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자금은 계속해서 더 방어적인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어 전통시장에서 큰 폭 하락이 나오면 비트코인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비트코인시장은 단기적인 투매 국면을 지나갔고, 선물시장에서의 투기 물량도 일부 해소됐다”고 진단하면서 “가격 정체와 구조적 정체는 구분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시장은 정체 국면에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여러 장기 채택 추세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자산 토큰화에 대한 기관의 관심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은 여전히 블록체인 인프라의 첫 대규모 실사용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많은 기관투자가들은 암호화폐 익스포저를 단순한 단기 시장 사이클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의 구조적 전환이라는 더 큰 흐름 속에서 바라보기 시작하고 있다.
어코너 애널리스트는 “헤드라인보다 자금 흐름이 더 중요하고, 단기 가격 움직임보다 수요 지표가 더 중요하다”며 “비트코인시장의 다음 지속적 움직임은 일시적 가격 반등이 아니라, 확인된 자본 유입과 자산군의 점진적인 제도권 편입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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