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와 관련, 경제학자 및 무역 전문가를 인용해 △실질적으로는 미미한 관세 격차 △무역 상대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과대 평가 △미국 제조업 리쇼어링에 대한 불확실성 △성급한 조사를 근거로 한 관세율 등 4가지 요소를 장애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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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관세율 낮다”는 주장 거짓…실질적 관세 격차 미미
빌 클린턴 전 행정부 시절 미 무역대표부(USTR) 법률 고문을 지냈던 조지타운대 제니퍼 힐먼 법학 교수는 “미국의 무역가중평균 관세율은 2.2%로 미국보다 낮은 나라가 많다. 중국조차 3%에 불과하다”며 “무역 상대국과 큰 격차가 난다는 말은 틀렸다”고 잘라 말했다. 무역가중평균 관세율이란 각 수입 품목의 실제 무역량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평균 관세율로, 현실적인 관세 수준을 더욱 잘 보여준다.
2023년 세계무역기구(WTO) 데이터를 기준으로 단순 평균 관세율만 보면 미국(3.3%)이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7.5%), 멕시코(6.8%), 유럽연합(EU, 5%), 캐나다·영국(3.8%), 일본(3.7%)보다 낮을 뿐더러, 중국, 멕시코, EU 등과 격차도 상당하다.
하지만 무역가중평균 관세율을 보면 일본(1.9%)이 미국(2.2%)보다 낮고, 최대 격차를 보이는 멕시코(3.9%)와도 1,7%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캐나다(3.4%)와는 1.1%포인트, 중국(3%)과는 0.8%포인트 차이다. 마켓워치는 일본 외에도 스위스, 대만, 페루, 싱가포르 역시 이 수치가 미국보다 낮다고 부연했다.
힐먼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상대에게 불리한 데이터만 뽑아 불공정함을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EU가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이 EU산 차량에 부과하는 관세보다 높다고 주장하면서, 픽업트럭은 미국이 EU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다는 것이다. 미국은 1964년부터 픽업트럭에 대해선 25% 관세율을 고정 적용해 왔다. 일명 ‘치킨세’(Chicken Tax)다.
그는 또 백악관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관세율 및 비관세장벽을 가지고 있다”며 인용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데이터는 국내 산업에 대한 보조금이나 행정지원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한편 “개발도상국은 미국처럼 보조금·비관세장벽을 시행할 행정적 역량이 부족해 관세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도 “우리는 픽업트럭 25%, 신발 40% 등 우리만의 보호무역주의 관세율이 있다. 금속제품, 식품, 전자제품 등 많은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0%여서 평균이 낮아지는 것일 뿐”이라고 거들었다.
◇中, 美시장 잃어도 3년래 회복…리쇼어링도 비현실적
에브넷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글로블 수입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2000년 19.6%에서 현재 13.5%로 축소했다. 아울러 100개 이상의 국가가 미국 시장을 잃더라도 2030년까지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2030년 15%로 2000년 21%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평론가인 재커리 카라벨은 미 기업들이 해외 공급망을 유지하지 못해 리쇼어링으로 이어지려면 100~200%에 달하는 관세율과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린시컴 부소장은 “저부가가치 제조업에선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섬유나 의류 등에선 25% 관세율로는 리쇼어링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힐먼 교수는 “품목에 따라서는 25% 관세가 미국 내 생산을 늘리거나 수입을 줄이기에 충분히 높을 수 있다”면서도 “핵심 부품처럼 계속 수입해야 하는 경우 대체품을 찾을 때까지 완제품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너무 성급한 결정…‘정확한’ 관세율 산출시 수년 걸려
이외에도 상호관세 책정 절차가 너무 성급하고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을 3단계로 나눠 각기 다른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케빈 하셋 미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무역 장벽이 최소 수준인 100개국 이상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고 있으며, 무역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15개국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무역 파트너의 15%에 해당하는 국가들로 일명 ‘더티 15’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린시컴 부소장은 광범위한 상품에 대해 국가별로 관세율 및 비관세장벽을 고려해 ‘정확한’ 관세율을 산출하는 것은 수년이 걸리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멋대로’ 수치를 정해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는 것이다.
에브넷 교수는 “미국 시장을 잃게 된 무역 파트너가 어느 정도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겠지만 미국 역시 보복조치로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수출 다각화 대비가 된 국가들은 보복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