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단체인 한국국제정치학회를 외교부와 국정원의 조종을 받는 외곽단체로 전락시켰다”며 “이 학회와 외교부가 공동 주최한 국제 학술대회는 알고 보니 수미 테리에게 돈을 보내기 위한 보조 수단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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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뉴욕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우리 국정원 정보관은 지난해 1월10일 수미 테리를 만나 윤석열 정부의 아젠다인 북한문제와 NCG, 즉 한미핵협의그룹을 띄워달라는 언론기고를 요청하면서 은밀하게 돈을 보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생각해 낸 방법은 한국의 싱크탱크를 이용해 수미 테리에게 국정원 자금을 보내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그로부터 두 달 뒤 이번에는 외교부 직원이 수미 테리에게 연락해 한국의 싱크탱크와 한·미 동맹 기념행사를 공동 개최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수미 테리는 자신이 근무하는 싱크탱크 직원들을 동원해 행사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4월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우리 외교부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수미 테리가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한·미동맹 70주년 정책포럼을 공동 개최했다”며 “이후 한국국제정치학회는 행사 개최비용 명목으로 우드로윌슨센터에 2만5418달러를 송금했고 워싱턴 주재 한국 대사관은 수미 테리가 관리하는 계좌로 사례금 2만6035달러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해당 자금이 수미 테리의 로비 활동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추정했다.
박 의원은 “작년 1월10일 국정원 정보관과 수미 테리가 만나 협의했던 한국의 싱크탱크를 활용한 송금이 마침내 실현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국제정치학회는 외교부와 공동 주최한 행사가 윤석열 정권을 위한 공작의 발판으로 악용됐다는 사실을 아마도 모르는 채 명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정보업무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로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성과만을 재촉하던 외교부 출신들이 연속으로 국정원장직을 독식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아마추어리즘의 처참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놓고 국정원을 외교부 산하 조직처럼 부리더니 이제는 평화를 포기하고 외교부의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저의가 무엇이냐. 국정원의 영구 무력화이냐”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어설프게 국정원 흉내 내지 마라”
박 의원은 박진 전 외교부 장관(2022년 5월~올 1월)과 김규현 전 국정원장(2022년 5월~2023년 11월), 조태용 현 국정원장이 모두 경기고와 서울대 졸업에 외교부 출신으로 국정원 정보관에게 외교부 직원들이 하는 일을 시켰고 그 과정에서 욕심을 부려 동맹국간 정보활동의 금도를 깨뜨렸다고 표명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국가 안보의 최일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국정원 직원들이 정권 띄우기 공작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보 수집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외교부는 외교전략정보 운운하면서 어설프게 국정원 흉내를 내거나 정권 홍보에만 연연하지 말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국익을 위한 외교에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또 “형법 제98조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오늘 발의한다”며 “해당 법안은 적국을 위한 간첩행위만을 처벌하도록 규정된 형법 98조를 개정해 적국과 함께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도 처벌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19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 정보관이 촬영한 (수미 테리 관련)사진이 어떻게 뉴욕 검찰 공소장에 들어갈 수 있느냐”며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정보활동 전반에 걸친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제발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하게 활동을 보장하라”며 “외교부 출신 국정원장은 더 이상 국정원을 망가뜨리지 마라”고 강조했다.
한편 뉴욕 검찰은 최근 로비활동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한국을 위한 로비를 한 혐의(외국 대리인 등록법 위반)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수미 테리를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