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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낮 기온이 섭씨 37도를 웃도는 불볕 더위가 찾아온 뉴욕시가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시민들에게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직장에서도 에어컨 사용을 제한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상태로는 대규모 정전 사태와 같은 도전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인구 840만명의 미국 최대 도시 뉴욕시가 때이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전날 맨해튼에 있는 센트럴파크 기준으로 한낮 기온이 화씨 98도(섭씨 37도)를 넘겨 지난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이에 뉴욕시는 지난 30일 오후 긴급경보를 발령하고, 각 가정과 기업체에 가전제품 사용을 자제하고 에어컨 사용을 제한해 달라고 당부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당면한 실질적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가정과 직장에서는 전기 사용량을 즉시 줄여야 하며, 지금은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뉴욕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민간 유틸리티사인 컨솔리데이티드 에디슨은 현재 5개 보로(자치구)와 웨스트민스터 카운티에 약 2877명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메트로폴리탄 교통국은 “현재 뉴욕 시내 도심 지하철은 제 시간이 운행되고 있고 아직은 충분한 전략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여름철 극심한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전력망과 기타 인프라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월 이례적인 맹추위로 인해 텍사스에서는 15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명이 정전으로 추위와 어둠 속에서 떨어야 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달 초 폭염으로 인해 근근이 정전을 면했고, 워싱턴주 동부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도로가 마비되고 전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태평양 북서부 쪽에 전력을 공급하는 아비스타는 전날 극심한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한 차례 강제 정전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전기를 공급 받지 못한 고객이 5800명에 이르렀다.
드 블라지오 시장은 이날 브루클린 인근의 윌리엄스버그에서 1700명 정도가 정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뉴욕시 전체적으로는 3400명 정도가 정전 상태로 여름밤을 보내야 했다. 드 블라지오 시장은 “에디슨 측에서 ‘더 큰 도전’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전력시스템의 한계를 압박하고 싶지 않으며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뉴욕독립시스템운영사에 따르면 드 블라지오 시장의 발언 이후 실제 전력 사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평균 702명이 폭염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올해에도 북서태평양 쪽인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최근 닷새간 사망자 수가 예년 수준보다 300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됐다.
킴벌리 맥마흔 국립기상청 “무더위는 토네이도나 허리케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조용한 살인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