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이나 하려고 마스크 검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금융사기범이 될 처지입니다."
지난 19일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 중 일부다.
글을 올린 A씨는 "은행으로부터 전기통신금융사기로 계좌 정지 안내 문자를 받고서야 가짜 아르바이트인 것을 알았다"며 "근로계약서도 작성하고 업체의 사업자등록증도 확인한 터라 사기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근 '마스크 검수 알바'라고 속여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이용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마스크 비'라는 명목으로 거액을 입금한 뒤 지정한 계좌에 입금 또는 제3의 인물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
단순히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다가 사기범죄자가 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단순 알바라는 유혹에 속아 한순간에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스크 검수 알바'... 알고보니 '보이스피싱 인출책' 되는 길
이러한 사례는 비단 A씨뿐만이 아니다.
생활비가 없어 단기 일자리를 찾던 B씨는 구인·구직사이트 '알바천국'에서 마스크 검수 알바에 지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직하려던 회사에 입사가 무산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자리라도 구하던 차에 해당 일을 시작하게 된 것.
공신력이 있는 유명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를 이용했고 사업자등록증까지 안내 받아 B씨는 업무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B씨는 업체에 자신의 계좌 정보까지 제공했다.
B씨에 따르면 업체가 소개한 업무는 다음과 같다.
업체에서 마스크 사입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B씨의 계좌에 지급하면, B씨는 그 금액에 해당하는 마스크를 물류 센터로부터 받아온다. 그 후 B씨는 집에서 해당 물품을 검수한 뒤에 배송기사에게 보내야 한다. 이때 사입비용으로 받은 금액은 현금으로 인출한 뒤 업체가 '마스크 제조 공장'으로 소개한 중국 업체에 송금해야 한다.
B씨는 업체로부터 선입금받은 600여만원을 인출했다. 업체에게 '돈을 인출했다'는 답장을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업체의 답장이 아닌,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인한 지급정지'안내 문자였다.
당황한 B씨는 은행 측에 문의를 했다. 알고보니 마스크 검수 알바는 모두 가짜였다. 더군다나 업체에서 B씨에게 보내준 600여만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금'으로 신고된 돈이었다. B씨가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그후 B씨의 계좌는 사고계좌로 등록되었다.
B씨는 "하루 10만원 생활비나 벌면서 생계를 이어가려고 했는데 처벌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며 "당장 변호사를 고용할 돈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답함이 크다"고 글을 남겼다.
법률 전문가 "억울함 있어도 실형 내려질 가능성 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는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최용석법률사무소의 최용석 변호사는 "판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인출책은 피해자금의 전달 행위를 했기 때문에 사기의 공동정범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바이트 업체라고 속인) 보이스피싱 조직원 상책에게 (자신의) 계좌 정보를 알렸을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에 위반되는 행동이기 때문에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은 '누구든지 접근매체(통장·계좌정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최 변호사는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선 비정상적인 아르바이트 업무에 대해서는 우선 의심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거액의 자금을 해외 계좌로 송금을 유인하는 등 업무가 정상적인 방식이 아닐 경우 '보이스피싱 인출책'의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 알바', '재택 알바'라는 문구에 유혹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