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위안화 충격이 다시 한번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쳤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0.5% 낮추자 중국 증시는 폭락해 개장 30분 만에 거래가 종료되는 굴욕을 당했고, 아시아 증시와 통화 모두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중국 증시 서킷브레이커는 도입된 지 일주일도 안 돼 벌써 두 번째다. 위안화 절하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은 작년 8월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5개월만에 또 닥친 위안화 쇼크
7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달러 고시환율을 6.5646위안에 고시했다. 전일대비 위안화 가치를 0.5% 낮춰 2011년 3월 이후 최저로 끌어내린 것이다. 작년 8월11일 위안화 가치를 기습적으로 1.86% 낮춘 이후 최대 절하폭이다. 당시 사흘에 걸쳐 총 4.66% 끌어내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작년에는 중국이 환율을 통해 수출경기 부양에 나설 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이번에는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가뜩이나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차원을 넘어 유도한다면 중국 자본시장에 들어왔던 외국인들이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작년 12월 말 외환보유액 현황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웠다. 작년 11월 외환보유액은 3조4400억달러로 872억달러 감소해 근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이 대폭 줄어든다면 자본유출이 그만큼 심했다고 볼 수 있다.
◇中 증시 나흘 새 두 번째 조기 폐장
위안화 평가절하는 즉각 중국 증시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개장 전 고시환율을 발표한 탓에 중국 증시는 개장하자마자 수직낙하했고 10여분만에 CSI300지수가 5% 넘게 하락하면서 15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후 거래를 재개했지만 바로 7% 넘게 하락해 개장 30분 만에 조기 폐장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7.04% 밀린 3125로 거래를 마쳤다. 일각에서는 증시 안정을 위해 도입한 서킷브레이커가 오히려 변동성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초 증시 폭락으로 중국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증시에도 직접 개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날 증시 폭락에 놀란 당국이 상장사 대주주에 대해 석 달 내 1%가 넘는 지분매각을 제한하겠다는 대책을 내놨고,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인민은행도 성명을 통해 “일부 투기세력이 위안화 급등락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 한다”며 “투기세력에 맞서 위안이 안정적 수준에서 거래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이후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하락세는 다소 진정돼 1달러당 6.6964위안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亞 금융시장도 출렁
중국발 쇼크는 아시아 금융시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1% 하락한 1904.33을 기록해 4개월 최저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27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33% 하락한 7767.34로 3개월 최저로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와 대만 가권지수,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지수도 2%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외환시장도 충격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0원(0.23%) 오른 1200.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석 달 만에 1200원을 넘어선 것이다.
엔화는 안전자산 인식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치솟았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7.66엔까지 떨어져 4개월 반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엔화 가치 상승)
상품가격도 일제히 하락했다. 전일 11년 만에 배럴당 35달러 밑으로 떨어진 브렌트유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32.75달러로 4% 더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32.53달러로 4% 미끄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