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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도 냉장고 밖으로…K푸드, '상온 기술'로 수출 장벽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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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기자I 2026.10.20 10: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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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떡볶이도 상온으로…K푸드 해외 판로 확대
콜드체인 부담 낮춰 수출 유리…가공·포장 기술 진화
실온 상품 매출 '쑥'…즉석밥·소스 넘어 도시락·반찬도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아프리카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 세계적인 신혼여행지로 알려진 이곳에서 한국의 배추김치가 냉장보관 없이 판매되고 있다. 현지 식품 유통업체의 온라인몰에 판매 중인 제품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다. 한 번에 먹기 좋은 150g 소포장에 젓갈을 빼고, 상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냉장 유통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김치가 상온식품으로 변신하면서 지구 반대편 시장까지 판로를 넓힌 것이다.

모리셔스 현지 식품 유통업체인 컨비니언스 푸드(Convenience Food)의 온라인몰에 판매중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사진=CJ제일제당)
모리셔스 현지 식품 유통업체인 컨비니언스 푸드(Convenience Food)의 온라인몰에 판매중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사진=CJ제일제당)
식품업계가 상온식품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즉석밥이나 카레처럼 장기간 보관하는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김치부터 국탕류와 면류, 도시락까지 제품군이 넓어지고 있다. 식품 가공·포장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온에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식품이 다양해진 데다, 냉장·냉동 물류에 따른 비용과 유통 제약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발효제어기술을 적용해 상온 유통이 가능한 김치를 개발해 수출 확대에 활용하고 있다. 김치는 발효가 진행되면서 맛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온도 관리가 중요한 식품이다. 이러한 취약점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영국 등 유럽 국가의 코스트코를 비롯한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 중이고, 모리셔스에는 지난해 하반기에 진출했다. 비건·할랄 인증까지 확보해 현지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떡볶이도 상온 파우치와 컵 형태로 개발해 미국과 일본, 호주 등 4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크로거 등 대형 유통채널에 입점했다. 냉장·냉동 보관이 필요 없는 형태로 상품화하면서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해외 소비자의 일상적인 장보기 품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상온 제품은 특히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유리한 상품으로 주목받는다. 냉장·냉동 제품은 생산부터 운송, 보관,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이 필요한 반면, 상온 제품은 일반 물류망을 활용할 수 있어 운송비와 보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지 유통업체도 별도의 냉장·냉동 설비 없이 제품을 취급할 수 있어 입점 가능한 판매처가 넓어진다. 저온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이러한 차이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풀무원 실온면 4종. (사진=풀무원)
풀무원 실온면 4종. (사진=풀무원)
이에 상온식품을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경우도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초 ‘실온 사업 활성화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며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실온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5% 증가했다. 전체 식품 매출에서 실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상반기 약 7%에서 올해 상반기 13%로 높아졌다. 실온 국탕류와 면류 등이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8월 선보인 실온면 4종 역시 월 매출이 출시 초기 대비 600% 이상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즉석밥과 소스류를 넘어 반찬과 일품요리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오뚜기 역시 떡갈비와 미트볼, 고등어김치찜, 돼지갈비찜 등 상온 보관이 가능한 전자레인지 간편식을 선보였고, 롯데웰푸드는 유명 맛집과 협업한 상온 국탕류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닭가슴살과 통곡물밥을 담은 ‘밸런스밀 저당 도시락’을 출시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살균·멸균과 무균충전, 발효제어, 포장 기술 등의 발전이 있다. 상온에서 미생물 증식과 품질 변화를 억제하면서도 맛과 식감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제품 개발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온 기술은 시장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보관과 조리의 편의성을 높이고, 해외에서는 저온 물류의 제약을 줄여 판매처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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