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원회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정궐 시절 법적 효력 없이 강제 수용된 옛 한전부지는 원소유자인 봉은사 사부대중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봉은사는 1970년 9월 한전 부지 8만㎡(2만 4000평)를 포함한 33만㎡(10만평)의 소유권을 정부에 팔았다. 강남 계발 계획을 세운 정부가 옛 한전부지의 매각 등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토지 거래 당시 상공부는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총무원을 압박했다”면서 “거래 대상이 봉은사가 돼야 함에도 봉은사의 반대에 부딪히자 엉뚱하게 총무원으로부터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원명 스님은 “당시 상공부는 토지를 수용할 때 상공부와 대한중석광업주식회사, 포항종합제철 등 10개 회사가 입주할 정부청사 부지로 쓰겠다고 했으나 한국전력 외에는 어떤 회사나 기관도 이주하지 않았다”며 “사찰의 경내지를 ‘국가사업’이나 ‘정부 일’이라는 명분으로 강제 수용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명 스님은 “2007년부터 한국전력을 상대로 정당한 가격에 수의매각할 것을 정중히 요청했으나 단 한번의 회신도 없었다”면서 “한전은 95조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보충하려는 목적으로 일방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옛 한전부지는 2014년 9월 현대차그룹이 10조원에 낙찰받아 새로운 주인이 됐다.
환수위원회 측은 매각 당시 봉은사는 조계종 직영사찰이 아닌 개별사찰이었지만 계약서에 봉은사의 이름은 없다는 것을 근거로 계약 원인 무효를 주장하고 등기를 거쳤던 모든 회사를 대상으로 말소등기 청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법리 논쟁 과정에서 전례 등이 드물어 실제로 환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봉은사는 신라의 고승 연회국사가 원성왕 10년(794)에 견성사(見性寺)란 이름으로 창건한 봉은사는 보우대사와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역사적인 고승을 배출한 곳이다.
조선 성종의 능인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이 되면서 임금의 은혜를 받든다는 뜻인 봉은사(奉恩寺)로 명칭이 바뀌었고 이를 계기로 당시 한양 밖이었던 영동지역에 많은 땅을 소유하게 됐다.
조계종은 옛 한전부지 환수와 맞물려 조계종 총무원의 강남 이전과 봉은사와 봉은사 일대를 국내 불교의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