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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당내 보수파로부터 외면받아 1년짜리 단명 총리에 그친 점이 반면교사가 됐다는 분석이다.
◇개헌·선제공격·납북일본인 해결에 관심
우선 기시다 총리는 개헌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는 “헌법 개정은 새로운 체제에서 확실히 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민당도 ‘헌법개정추진본부’를 ‘헌법개정실현본부’로 개칭하며 개헌 분위기를 띄워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것이 보수층이 주장하는 개헌의 핵심이다. 일본은 지난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뒤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최고사령부(GHQ)가 제시한 초안을 토대로 제정된 평화헌법을 사용하고 있다. 헌법 제9조 1항과 2항에는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이나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며,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항을 무력화하는 것이 보수층의 생각이다.
일본 최장수 총리인 아베 신조는 이 조항에 자위대를 명기해야 한다며 개헌을 주장해 왔다. 1항과 2항 때문에 사실상의 군대인 자위대가 헌법에 어긋나는 존재가 됐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하지만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개헌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았으며 여론의 뒷받침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실시한 총선 당선자 465명 중 응답자 402명 가운데 71.9%가 헌법개정 추진에 찬성한다며 적극 지지를 보냈다. 기시다 총리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개헌 의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격 능력 보유 등 미사일 대응력 강화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중국과 북한 등이 개발하는 신형 무기에 대응하기 어려우니 선제 공격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기시다 총리는 “내 손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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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개월째인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과정에서 강조한 분배 정책은 뒤로 한 채 보수 색채가 짙은 현안에 적극 임하는 배경에는 1년 천하로 끝난 스가 전 정권이 본보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층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은 아베 정권 계승을 내세웠지만 개헌이나 공격 능력 보유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당내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자민당 내 파벌인 고치카이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에게도 안정적인 정권 운영에 당내 보수파 지지가 필수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내세우는 분배 정책을 둘러싸고 당내에서는 “지나치게 리버럴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 당내 기반을 다진 뒤 분배 등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헌법 개정과 납치 문제 해결은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였던 아베 도 이루지 못한 과제이다. 자민당 내부에선 “결과를 내지 못하면 지지는 곧 떨어져 버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개헌이나 공격 능력 확보에 대해선 야당뿐 아니라 자민당 연립정당인 공명당에서도 신중론이 만만치 않아 당내 보수파와 공명당 사이에서 줄다리기해야 하는 것이 기시다 총리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