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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한 회사 부도나도 대신 빚 안 갚는다…중소기업 27조 부담 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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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기자I 2026.11.02 14: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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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매출채권 만기 90일→60일…연간 117조원 조기 현금화 기대
납품업체 이자부담 연 446억원 경감…은행 대출 축소 우려도
지방 중소·중견기업에 4.5조원 저리대출…부실기업 선별 과제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의 납품대금 회수를 앞당기기 위해 외상매출채권 만기를 최장 90일에서 60일로 줄이고, 구매기업이 부도나더라도 납품업체에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117조원 규모의 외상매출채권 결제 시점이 앞당겨지고, 납품업체가 부담하던 26조9000억원의 보증채무 위험도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은행의 위험 부담이 커지면서 오히려 대출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양재타워에서 개최한 '제7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양재타워에서 개최한 '제7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는 2일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6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외담대는 중소기업이 납품대금을 바로 받지 못할 때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수단이다. 지난해 외상매출채권 발행액은 527조원, 외담대 취급액은 약 56조원에 달했다. 외담대 이용기업의 97% 이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우선 내년 2월 1일부터 외상매출채권과 외담대의 최장 만기를 90일에서 60일로 단축한다. 2·3차 협력업체의 대금 결제에 활용되는 상생채권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상 납품대금 지급기한이 원칙적으로 60일 이내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금융위는 기존 60~90일 만기 채권 가운데 연간 최대 117조원의 결제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추산했다. 외담대 이용기업의 이자비용도 연간 최대 363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117조원은 신규 자금 공급액이 아니라 기존 채권의 회수 시점이 빨라지는 규모다.

내년 1월부터는 외담대의 상환청구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상환청구권은 구매기업이 대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이 납품업체에 대신 갚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현재 신규 외담대의 약 절반에 설정돼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이후 은행의 상환청구권 행사로 220개 협력업체에 약 310억원의 변제의무가 발생했다. 금융위는 상환청구권 폐지로 지난해 취급 실적 기준 약 46만3000건, 26조9000억원의 보증채무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판매기업이 유리한 대출조건을 위해 명시적으로 희망하는 경우에는 상환청구권 설정을 허용한다.

문제는 상환청구권 폐지로 은행이 구매기업의 부도 위험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은행이 신용심사를 강화하거나 대출한도를 줄이면 신용도가 낮은 구매기업과 거래하는 납품업체의 자금조달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신장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이론적으로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외담대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은행에 상환청구권을 뺀다고 해서 대출을 축소하면 안 된다고 요청했다”며 “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 수준을 감안하면 충분히 축소 없이 운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기 단축으로 구매기업의 자금 부담이 납품단가 인하 등으로 전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과거 만기를 180일에서 단계적으로 단축하는 과정에서 실제 부담 전가가 발생했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외담대 조기상환 시 미리 낸 이자의 환급 대상을 판매기업으로 통일한다. 기존에는 일부 은행이 납품업체가 부담한 이자를 구매기업에 돌려줬다. 제도 개선으로 연간 약 83억원이 구매기업 대신 판매기업에 지급될 전망이다. 만기 단축에 따른 이자 절감액까지 합치면 납품업체의 연간 이자 부담 완화 효과는 최대 446억원이다.

정부는 지역 중소·중견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보증부 대출도 확대한다. 16개 은행이 3년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3000억원을 특별출연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기업에 총 4조5000억원의 저리 대출을 공급한다. 지자체 추천 기업을 보증심사에서 우대하고, 지자체별로 이자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출금리와 한도, 기존 대출의 대환 허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중소기업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리 인상과 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금 흐름의 병목을 선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며 “외담대 제도개선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납품대금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회수하고, 불필요한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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