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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법관 인선은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향후 사법부 인적구성 방향을 예측해볼 수 있는 중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오 대법관이 보수나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진보 우위라는 평가를 받는 대법원은 서서히 보수 우위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 오 대법관을 시작으로 대법원장 및 대법관 12인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권을 행사하지만, 실제 후보 인선 과정에선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가 불가피하다. 대법원장 의견도 일부 반영되겠지만 결국 최종 낙점은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하는 셈이다.
이같은 점에서 김재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오 대법관과 함께 추천됐던 이균용(60·사법연수원 16기) 대전고법원장도 차기 대법관 후보로 물망에 오른다.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이 원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79학번 동기이자 ‘절친’으로 꼽히는 문강배 변호사와 연수원 동기로, 문 변호사를 매개로 오랜 기간 윤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검사로 재직 중이던 2002년 잠시 법무법인 태평양에 몸담았던 것은 문 변호사 추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 대법관은 내년 9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뒤를 이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오 대법관이 대법원장으로 임명된다면, ‘김명수 코트(court·법원)’ 색채가 지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 대법관은 후보자 시절 김 대법원장이 추진한 ‘법원장 후보추천제’와 ‘고등부장 승진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장 후보추천제가) 계속 유지되면 장차 재판 지연 요인으로 확실하게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법조일원화제도가 도입되면서 고등부장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통계를 신경 안 쓰게 되니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원내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이 오 대법관의 대법원장 인준을 동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오 대법관이 윤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논란을 산 바 있기 때문이다. 오 대법관은 윤 대통령과 서울법대 한 학년 선후배 사이로, 대학 시절부터 통학을 같이 하는 등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한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는 “국회에서 오 대법관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데에도 넉 달 가까이 걸렸는데, 대통령과의 친분을 문제 삼은 야당이 그를 대법원장으로 동의해줄 리 만무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임기 중 헌법재판관 9인 전원에 대한 인사권도 행사한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도 현재 진보 우위에서 보수 우위로 지형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