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현금 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준금리가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주로 운용하는 금융상품 금리도 덩달아 상승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저금리로 빌린 돈을 갚는 것보다, 이자 부담에도 현금을 굴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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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여유 현금이 생길 때마다 국채, 양도성예금증서(CD), MMF 등의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5%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3개월 및 6개월 국채 수익률은 2001년 이후 최고치인 약 5.5%로 높아졌고, CD 금리는 1년 기준 5.4%에 달한다. 초단기 우량 채권에 투자하거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현금을 예치하는 MMF 금리도 5%를 웃돈다. 이에 MMF에는 5조 5000억달러(약 7000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 금융상품의 금리가 오른 것은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기준금리를 반영한 데 따른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펼쳤던 연준은 작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지난 26일 5.00~5.2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팬데믹 당시 낮은 이율 및 고정 금리로 돈을 빌린 경우 상환할 여유가 되더라도 현금을 굴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리드는 “현금을 쥐고 있으면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왜 초저금리에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2020년 연 2.85%에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했는데, 현재 이 금리가 7% 가까이 올라 사실상 비용을 절감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대출을 받으면 18개월 전보다 더 비싸게 돈을 빌려야 하지만,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 빚 부담은 오히려 덜하다는 진단이다. 이자보다 많은 이익을 내 부채 부담을 줄이는 ‘뜻밖의 축복’을 겪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 가계는 1년 전보다 연간 투자 소득으로 1210억달러를 더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및 기타 대출에 따른 이자가 1510억달러 증가한 것과 거의 맞먹는 성장세다. 이자 지급액이 늘긴 했어도 투자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현금을 적극 굴리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은행들 역시 CD 금리를 높여 개인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으며, 만기 3개월 이하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상장지수펀드(ETF)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운용사 언리미티드 펀드의 밥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현금 운용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금리가 더 높아진 게 분명하지만, 사람들이 크게 비용 손해를 보고 있지는 않다”며 “많은 이들이 금리 상승으로 혜택을 얻는 금융 자산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