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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4일 강원도 고성·속초, 강릉, 인제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역대급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마다 4~5월 강원과 동해안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양강지풍(襄江之風)’ 때문에 피해가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4일부터 5일까지 이어진 강원 산불로 1명이 숨지고, 수십여명이 다쳤다.
오전 11시 기준 고성·속초 250㏊, 강릉 옥계 250㏊, 인제 25㏊ 등 모두 525㏊의 산림이 소실됐다.
아직 화재진압이 끝나지 않은 상황으로 실제 피해면적은 더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
이번 강원 고성과 속초, 강릉 등 동해안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그간 한반도를 덮쳤던 역대 대형산불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산불 진화헬기가 이륙할 수 없는 밤에 발생한 뒤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20~30m 태풍급 강풍으로 고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인근 속초 등으로 순식간에 확산했다.
4일 오후 미시령에는 순간 초속 30m 이상 강한 바람이 몰아쳤고, 해안가에도 초속 20m 안팎의 태풍급 강풍이 이어졌다.
이는 강원 양양과 강릉 사이의 국지적 강풍인 ‘양강지풍(襄江之風)’ 때문이다.
이 바람은 봄철 한반도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간 강한 서풍이 밀려와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에 부는 건조한 바람을 일컫는 용어다.
영서지역의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을 때 역전층을 만나 압축되는 동시에 속도도 빨라진 강한 바람을 만든다.
1996년 고성 산불도 비슷한 이유에서 피해를 키웠다.
역대급 재난성 산불을 보면 2000년 4월 강원 고성과 강릉, 동해, 삼척 등을 휩쓸며, 산림 2만여㏊를 잿더미로 만든 동해안 산불이 사상 최악의 산불로 남아있다.
1996년 4월 산림 3762㏊를 태운 강원 고성 산불과 2002년 4월 충남 청양 산불(3095㏊) 등이 뒤를 이었다.
또 2005년 4월 초속 32m의 양강지풍을 타고 천년고찰 낙산사를 태운 강원 양양 산불도 많은 문화재와 함께 산림 1000여㏊를 사라지게 했다.
산불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상 재난성 산불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크고 산림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준 산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