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은 태영그룹과의 에코비트 지분 공동매각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나 에코비트에 대한 밸류에이션 상황에 따라 여러 선택지를 두고 주판알을 튕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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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363280)와 SBS(034120) 주식 담보제공 등의 내용을 담은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 매각 또는 담보제공 등 기존 자구계획 외에도 다른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태영그룹은 추가 자구안은 ‘의지 표현’을 담은 것일 뿐, 기존 자구안만 철저하게 이행된다면 오는 4월까지는 태영건설 유동성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금락 티와이홀딩스 부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의 지원과 에코비트 매각 등이 이행만 돼도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된 4월까지 유동성 문제는 해소되리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추가 자구안에서 지주사와 SBS 지분 매각이 거론되긴 했지만, 태영그룹은 여전히 기존 자구안 이행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워크아웃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은 태영그룹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티와이홀딩스와 함께 에코비트 지분 절반을 나눠 가진 KKR의 허가가 필요해서다.
◇ 지분 사주고 사모채 인수…전방위 지원 나선 KKR
KKR은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태영그룹에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100%을 2400억원에 인수해 자금 지원에 나섰고, 평택싸이로 지분 37.5%도 600억원에 함께 사줬다. 지난해 티와이홀딩스가 발행한 40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인수해 자금 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한해 KKR에서 태영그룹에 투입한 금액만 7000억원에 달한다.
에코비트(옛 TSK코퍼레이션) 역시 KKR과 티와이홀딩스가 지난 2021년 공동 설립한 회사다. 지분은 50%씩 나눠 보유하고 있다. 태영이 에코비트를 매각하려면 KKR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1월 KKR이 티와이홀딩스 발행 사모 회사채를 인수해줄 태영그룹은 당시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잡기도 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불발될 경우 자칫 에코비트 자체가 KKR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추가 자구안에서 언급된 티와이홀딩스 지분 가치는 1489억원 수준이다. 이날 종가 기준 티와이홀딩스 최대주주인 윤석민 회장 보유지분(25.4%), 그의 배우자 이상희씨(2.3%) 등 특수관계인 지분 33.7% 지분가치 798억원,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29.2%) 가치 691억원 등을 합한 규모다. 윤세영 창업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채권단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자구 노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된 오는 4월까지 당장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협의회에서 채권단은 태영 측에 2차 협의회 예정일(4월 11일)까지 운영자금으로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태영건설 작년 매출(2조5000억원)의 20% 수준이다.
KKR 입장에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손실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KKR은 티와이홀딩스 경영 환경에 문제가 생길 경우 주주간 계약에 따라 담보권을 실행해 에코비트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 티와이홀딩스와 에코비트 공동매각에 합의하더라도 차익이 기대된다. 2021년 KKR은 에코비트 소수지분을 4410억원을 사들였는데,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에코비트 몸값은 2조~3조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