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도시교통실은 서울 용산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를 접한 뒤 긴급대책을 세워 지난달 30일 새벽 4시20분쯤 시민들에게 임시 교통편 운행을 안내하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안전 안내 문자엔 “이태원 일대 시민 귀가를 위해 3시 50분부터 녹사평-서울역 비상수송버스 2대 운행,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5시에 상·하행 임시열차 운행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도 안 잡히는 상황이라 긴급히 마련했다”며 “오전 5시40분까지 두시간 동안 녹사평역에서 서울역버스환승센터까지 일반 시내버스 2대로 무료 셔틀을 운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당시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들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날 새벽 4시반쯤 이태원역 인근에서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 A씨는 “비상수송버스? 그게 뭐냐”라며 반문했고, 재난문자를 보자 “(비상수송버스는) 아까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6호선 임시열차도 이태원역을 거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 일단 돌아가라”고 시민들을 이태원역에서 멀리 밀어냈다.
6호선 한강진역 인근에 있던 경찰관 B씨는 재난문자를 본 후 “비상수송버스가 있는지 몰랐다”며 “아마 그쪽으로 가보면 지금도 왕복 운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반된 답을 했다.
경찰에 임시교통편 마련에 관해 알렸는지를 서울시에 문의했지만, 여러 부처에선 “우리 담당이 아니다”란 답만 돌아왔다.
사고 발생 후 이태원역 일대는 경찰 기동대와 의경을 비롯해 서울시내 모든 119구급차 등이 밀집하며 마비된 상황이었다. 6호선 녹사평역 인근부터 시작해 한강진역 방향으로 가는 약 860m가량(도보 15분) 도로가 모두 통제됐다.
|
이태원에만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13만명이 모여들었지만, 사고 후엔 이태원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방법이 없었다. 임시교통편 안내를 받지 못한 젊은이들은 불꺼진 가게 앞에 걸터앉거나, 바닥에 드러누워 노숙하기도 했다. 여기에 택시 대란까지 겹치며 사람들은 ‘바가지요금’을 주고서라도 이태원을 떠나려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새벽 5시께 택시를 기다리던 20대 여성 3명은 건너편 택시기사가 ‘따따블’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야간할증도 끝난 시간이라 목적지인 동대문까지는 택시요금이 7000원 정도인데도 택시기사는 ‘5만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너무 비싼데 3만원은 안되나요? 그럼 4만원은요?”라고 사정했지만 기사는 “어디든 5만원으로 통일이라 그 이하는 안돼요”라며 거절했다.
사고 현장에서 참사를 목격한 뒤 귀갓길에 오른 이모(27·여성)씨 또한 무조건 현장을 나가라는 경찰 안내에 갈 곳을 잃고 갈팡질팡했다. 당시 이씨는 취재진에 “여기 일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주변 교통은 다 통제돼서 일반 차량도 못 들어오고, 아빠가 데리러 오기로 했는데 어디서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한강진역 쪽으로 걸어가기엔 새벽이라 어두워서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미터기요금의 2배 이상을 주고 택시로 귀가한 김모(41)씨는 “사망자가 계속 느는 뉴스보고 빨리 집에 가고 싶었는데도 못갔다, 사람들이 택시 잡으러 하염없이 걸어갔다”며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