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찾아간 전국 강소상공인(强小商工人) ⑨김효정 부모산가든 대표 "손맛은 그대로, 판매 방식은 새롭게"...3대가 지킨 청주 석갈비집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3대째 가업 이어 온라인·밀키트 등 판매 방식 다양화 제주 넘어 울릉도에서도 주문 들어와
중동전쟁, 내수시장 위축 등 최근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 숨은 소상공인 명인들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자신들의 기술을 연마하고, 어제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정직한 땀방울을 흘립니다. 수십 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키며 지역 경제를 책임져온 이들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이자 진정한 풀뿌리입니다. 단순한 가게를 넘어 지역의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된 명인들의 삶과 경영 철학을 조명함으로써, 독자 여러분께는 새로운 영감을, 소상공인들에게는 따뜻한 응원을 전하고자 이데일리는 전국의 ‘강한 소상공인’들을 찾아 나섭니다.
[이데일리 권아인 수습기자] “7살 때 석갈비를 먹었던 손님이 서른이 넘어 다시 찾아와도 그때 그 맛이 난다고 해요. 사람 혀는 못 속이죠.”
충청북도 청주의 석갈비집 부모산가든의 김효정 대표가 3대째 이어온 석갈비 맛에 자부심을 가지는 이유다. 김 대표는 돼지의 갈빗대와 삼겹살이 맞닿은 부위만을 고집한다. 고기는 직접 손질하고 손수 만든 양념에 3~5일간 숙성한 후 숯불에 세 차례 굽는다. 수십 년이 지나도 이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예정이다.
김효정 부모산가든 대표가 숙성된 석갈비를 숯불에 굽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부모산가든은 1981년 김 대표의 할머니인 전일기씨가 청주 부모산 자락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그의 아버지인 김태곤씨와 김 대표가 차례로 가업을 3대째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백년가게’다.
부모산가든의 성장에는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전환점이 됐다. 당시 직장을 그만 둔 아버지 김 씨와 삼촌, 숙모 등 온 가족이 식당 운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한때 청주 지역에서만 4개 점포를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점포는 하나둘 사라졌고 별다른 홍보 없이 단골 중심의 장사를 이어갔다. 결국 김 대표의 아버지는 자신의 대에서 가게 문을 닫는 것까지 고려했다.
가게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은 외식업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던 김 대표였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는 자신이 식당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김 대표는 “마케팅을 하지 않고 단골손님 위주로만 운영해도 매출이 어느 정도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며 “조금만 더 알리면 훨씬 잘 운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효정 부모산가든 대표가 석갈비 밀키트를 소개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김 대표는 맛은 변함없이 유지하되, 판매 방식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생각했다. 먼저 포장 방식을 바꿨다. 이전부터 석갈비를 진공포장해 판매해왔지만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1인 가구 등도 먹기에 부담이 없도록 소포장 밀키트 제품으로 포장 방법을 변경했다.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 조리해먹기 쉽도록 편의성도 높였다.
온라인 판매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시작한 온라인 판매 매출은 작년에만 약 1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도 약 2억원 이상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추석 처음 선보인 석갈비 밀키트 선물세트도 1000만원 이상 판매됐다. 제주를 넘어 울릉도에서까지 주문이 들어왔고, 온라인 구매 고객의 재구매율은 약 30%를 넘어섰다.
김 대표는 석갈비를 대표 메뉴를 넘어 ‘청주 맛의 역사’라고 표현할 만큼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그는 “서울 진출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청주에서 시작한 원조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효정 부모산가든 대표가 숯불에 구운 석갈비를 먹기 좋게 손질하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김 대표의 최종 목적지는 ‘청주에서 대대로 가업을 이어나가는 일’이다. 그는 언젠가는 자신의 자녀 역시 가업을 이어주길 바란다. 그는 “이 가게는 저희 가족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며 “제가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놓은 뒤에, 아이가 다른 일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 가게를 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