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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전안, 바이든 3단계 제안 기초로
이번 합의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96시간에 걸친 치열한 협상 끝에 나왔다. 이들 중재국에 따르면 휴전은 오는 19일부터 발효된다. 이번 합의안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휴전’을 기초로 한다. 6주 동안인 휴전 첫 단계에선 하마스가 어린이, 여성, 부상자 등 인질 33명을 석방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철수하고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풀어준다는 계획이다.
양측은 최소한 휴전 16일차에 휴전 2단계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단계에서 남성 군인을 포함한 나머지 이스라엘 인질들과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교환된다. 2단계에선 영구적인 휴전과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휴전 3단계는 사망한 인질들의 모든 시신을 돌려보내고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과 유엔의 감독하에 가자지구 재건을 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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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초기 리스크 제거·성과 확보”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이번 가자지구 휴전 협정은 지난해 11월 역사적인 승리의 결과 덕분이다”면서 “우리는 백악관에 가지 않고도 많은 것을 이뤘다”는 자평을 남겼다. 오는 20일 자신의 취임식을 며칠 앞두고 휴전 합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 자신의 ‘공’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합의 성사에 있어 트럼프 당선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의 합류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선거 운동 당시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이후 일찌감치 유대인 부동산 사업가 위트코프를 중동 특사로 임명해 가자전쟁 조기 해결에 속도를 냈다. 그 역시 기자회견 등에서 “취임식 전까지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 억류하고 있는 인질들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중동에서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하마스를 압박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그동안 한치 양보가 없던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휴전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협상이 발표된 후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은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를 통해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초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골치 아픈 국제적 갈등 중 하나를 제거했다”면서 “동시에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시절 ‘거래의 달인’으로 통했던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자랑할 만한 성과까지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협상안의 기초를 마련하고 협상을 이끌어온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을 통해 “이번 합의는 쉽지 않았고 내가 경험한 가장 힘든 협상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연설이 끝난 후 퇴장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이번 협상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더 공을 세웠느냐”는 질문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농담을 하느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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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가자지구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환호로 들썩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소식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환호했다. 가자지구 젊은이들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휴전 협정이 체결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몇 분 만에 남부의 칸 유니스에서 탬버린을 치고 뿔피리를 불고 춤을 추는 등 휴전을 자축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된 관련 영상에서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다른 일부는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가장 위대하다)를 외쳤다.
15개월째 계속된 전쟁 동안 가자시티에 있는 집을 떠나야 했던 다섯 아이의 엄마 가다는 “나는 행복하다, 그렇다, 나는 울고 있지만,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라며 “우리는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만명 이상 사는 가자지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감행해 1200명의 군인과 민간인을 살해하고 250명 이상의 인질을 납치한 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침공했다. 전쟁 이후 가자지구는 25년만에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확인되는 등 공중보건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