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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부양의무를 위반한 직계존속의 상속권을 상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가수였던 고(故) 구하라 씨의 이름에서 따온 구하라법은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번에 여야 합의로 통과된 개정안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 행위를 했거나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를 상속권 상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적시했다. 실제 상속권 상실을 위해선 △피상속인의 유언이나 △공동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직계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헌재 결정일과 법 시행 사이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엔, 공동상속인들이 법 시행 이후 6개월 내인 2026년 6월 말까지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구하라법은 21대 국회에서부터 국회에 제출돼 논의가 돼 왔지만 ‘상속권 상실’ 결정 방식을 두고 여야 간 이견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고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지급하도록 하는 유류분 조항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특히 헌재는 직계 존·비속에 대한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사실상 구하라법 필요성을 인정했다. 헌재 결정 이후 여야는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갔고 마침내 법안을 통과시켰다.
21대 국회 때부터 법안을 강력 추진했던 서영교 의원은 “국회 발의 후 약 5년 만인 이제야 통과가 됐다. 그 사이에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재산을 양육하지 않은 부모들이 가져간 경우가 발생했다”며 “그 유족분들께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울먹였다. 정점식 의원도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상실감을 안겨드려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며 “법안이 빠른 시일 내에 법사위를 통과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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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산업집적활성화법 개정안,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 등도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28일 본회의에서도 무난하게 통과할 전망이다.
한편, 여야는 진료지원(PA) 간호사 등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간호법 개정안 처리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27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여야는 28일 법사위 통과를 거쳐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